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평가포럼' 초청 강연에서 말 잔치를 펼쳤다. 한 시간으로 예정됐던 강연이 두 시간, 네 시간으로 늘어난 것만 해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진풍경이지만, 그 내용은 더욱 가관이었다.
이날 강연회는 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와 주변 인물들로 구성된 '참평포럼'이 열었고, 주로 '노사모' 회원들이 자리를 메웠다는 점에서 누가 어떤 형태로 강연을 하건, 나올 수 있는 얘기는 어차피 한정돼 있고 그만큼 내부적으로는 자유로웠다고 할 수 있다.
가령 극단적으로 말해 사이비 종교단체처럼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외부 세계를 악으로 규정하며 집단적 과대망상에 젖어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고, 인터넷 매체가 생중계까지 한 반 공식 집회라면, 최소한 국민의 체면과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었을 터이다.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자화자찬에 신이 나서, 한편으로는 일부러 그 선을 넘어 버렸다.
우선은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고 있는 대통령이 "그 놈의 헌법이 토론을 못하게 해서"라는 발언으로 헌법 부정, 헌법 멸시 자세를 과시했다. 흥을 위해 농담을 섞을 일이 따로 있다.
군사정권이 주권자인 국민을 총칼로 위협해서 만든 헌법도 아닌, '6ㆍ10 항쟁'으로 국민이 쟁취한 헌법이다. 더욱이 그 쟁취 과정은 노 대통령 자신의 본격적 변신과 정치적 성공의 발판이기도 하지 않았던가.
하기야 그런 시각이니 언론의 정보 접근권을 제약하는 위헌적 조치를 두고 '개혁'을 강변하고, '가장 큰 보람'을 운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선 예비주자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열의를 보인 정치적 발언도 마찬가지다.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한 대선 관리에 힘써야 하고, 열린우리당 탈당으로 형식적 요건도 이미 충족한 대통령이 유력 예비주자들의 공약을 비판하고, 특정 정당과 예비주자 개개인을 비난하는 마당에 공무원의 정치중립 운운 자체가 허망하다.
대통령의 강렬한 정치 의욕은 앞으로 국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을 환기시킨다. '세계적 대통령'이 왜 이리 국민을 피곤하고 참담하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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