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 초청 특강에서 하고 싶은 말을 원 없이 쏟아냈다. 대선 문제를 비롯해 정치ㆍ경제ㆍ안보ㆍ언론 등 현안들이 총망라됐고,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노 대통령은 특히 12월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명박ㆍ박근혜 공격= 지금 경제를 파탄이라면서 7% 성장 공약을 하는데, 멀쩡한 사람에게 무슨 주사를 놓을지, 무슨 약을 먹일지 불안하다. 대운하를 민자로 한다는데 제 정신 가진 사람이 투자하겠나. 세금 내리는 것 말고 아무런 새로운 전략 없이 참여정부 성과를 파탄이라고 공격하는 것만으로 세계 일류로 만들 수 없는 건 명백한 진실이다.
지도자의 정통성이 국가 위신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크다. 혹시 한국의 지도자가 독재자의 딸이니 뭐니 이렇게 해외 신문에 나면 곤란하다. 열차페리 구상은 2000년 내가 해수부 장관 시절 타당성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참여정부의 ‘물류허브에 비하면 손가락 한마디도 안되는 사업’이라고 썼다가 야박하다 싶어 ‘너무 작은 사업’으로 고쳤다.
한나라당 공격=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하니 좀 끔찍하다. 한나라당 전략이 뭔지 모르겠다. 한가지 분명한 건 무책임한 정당이라는 거다. 참여정부더러 무능하다고 하는데 민주세력을 싸잡아 비하하기 위한 전술이고 책략이다.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는 말까지 하는데 이런 망발이 어디 있느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만들 것이다. 공천 헌금 예방을 위한 정책은 한나라당이 내놓아야 한다. 자기들이 저질렀으니까. 이 사람들이 정권 잡으면 지역주의가 강화되고 부패정치, 낡은 정치가 되살아날 것이다.
범여권 대통합= 한나라당과 공조하고 참여정부를 흔드는 사람을 어떻게 범여권이라 부르나. 다른 사람은 과거 인연이라도 있지만 손학규씨가 왜 여권인가. 이것은 정부에 대한 모욕이다.
대선에서 1대1의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통합에 매달려 탈당으로 대세를 몰아가려는 사람들의 전략은 외통수 전략이다. 대통합을 위해 노력하되 후보를 내세워서 대세 경쟁을 하면서 대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 장관을 지내고 나가서 오로지 대선전략 하나만으로 차별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든 민생을 하루아침에 쾌도난마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지가 낮아서 그러는 거 아니냐. 그러면 지지가 그 때보다는 조금 올랐으니까 다시 와서 줄서야 되는 것 아니냐.
국민의 정부 칭찬, 민노당 평가절하= 참여정부는 민주주의의 정통성과 자주성을 갖고 있는 정부다. 분열주의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지향하는 정권이다. 참여정부는 진보와 평화를 지향하는 정부다. 국민의 정부하고 똑같네 뭐.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진보는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만드는 데 있다.
만사를 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현실에 맞게 진보적 정책을 쓰는 게 민주노동당과 다른 것이다. 복지 하면 민주노동당이 있는데, 절대로 국회에서 통과 안될 것만 주장하며 생색만 낸다. 투쟁에는 강하지만 창조적 정책에는 너무 약한 것 같다.
언론 공격= 이대로 가면 다음 정부에서는 기자실도, 사무실 무단 출입도, 가판도, 자전거 일보도 다시 부활될지 모른다. 민주화 이후 모든 조직과 집단이 관행이란 이름으로 누리던 부당한 이익을 다 포기했는데 왜 언론은 그렇게 못하나. 걸핏하면 내놓는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는 왜 안하나. 유신과 5공시절 기자실에 언론자유가 있었나. 지금도 기자실 폐지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언론이 있어야 뒷날 언론인 전체가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국정홍보처 폐지, 기자실 부활을 대통령 공약으로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어떻게 불러야 하나. 영합? 추파? 굴복? 작당? 무식하면 참 용감하구나 싶다. 먼 후일 참여정부에서 가장 보람 있는 정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언론 대응이라고 말할 것이다.
참여정부 자화자찬= 20년, 30년 묵은 과제들을 다 해결했다. 행정수도는 30년, 용산기지 이전과 전시작전통제권, 국방개혁은 20년 묵은 과제다. 방폐장 부지 선정과 장항공단은 18년, 사법개혁은 10년 이상 끌던 과제다. 항만노무공급체계는 세계 어느 정부도 맨 입에 해결하지 못했던, 백년이 넘는 꼴통 과제였다. 이것을 참여정부가 해결했다. 참여정부에서 양극화가 심해졌다지만 지표를 하나하나 조사해보니 더 나빠지는 것을 붙들어는 놓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종합적으로 봐서 5년 전 대선 때의 기대 수준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저는 스스로를 과장급 대통령으로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세계적인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파탄’ 반박= 4년 내내 위기, 파탄, 실패란 말로 흔들었다. 하지만 지표로 말하자. 올라가야 할 것은 다 올라가고 내려가야 할 것은 다 내려가고 있다. 기초체력이 강해지고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2003년의 위기를 극복하고 유가상승, 환율상승을 흡수하면서 거둔 성과라 자랑할 만하다. 여간 시원치 않는 정권이 우물쭈물해도 큰 위기만 오지 않으면 우리 경제 잘 꾸려갈 것이다. 참여정부가 계속 간다면 우리 경제를 장담할 수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가 없다.
참여정부의 경제 파탄을 얘기하며 경제 살리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참여정부의 어느 정책을 폐기할 것인지 확실하게 말해달라.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