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를 증권회사에서 바쁘게 보낸 C는 임원이 된 40대 후반에야 뒤늦게 골프채를 잡았다.
주위의 권유에도 시간이 아깝고 운동도 별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한 선배로부터 반 강제로 골프채를 물려받고 골프를 시작했다.
평소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미인 C는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 골프가 안겨주는 절망감을 견디지 못해, 결국 연습에 몰두했다.
그는 먼저 골프를 해온 친구나 선배들에게 “반드시 1년 안에 싱글 스코어를 기록하고야 말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선언이 달성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골프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스포츠가 아니라며 성급하게 달려들지 말 것을 충고했다.
그러나 C는 골프채를 잡은 지 6개월이 겨우 지나 골프선배들의 예상을 깨고 당당히 싱글을 기록했다. 그것도 한두 번 싱글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싱글 골퍼로 자리 잡았다. 동료들이 비결을 묻자 C는 점잖게 입을 열었다.
“비결이랄 것도 없는데…. 골프가 주식투자와 너무도 닮았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 비결일까. 주식거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골프에서 일어나는 일과 어찌나 흡사한지 무릎을 치게 되더군. 자연히 주식 하듯 골프를 연구하게 되더라고.”
그의 설명은 이어졌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주가가 뛸 때 그 순간을 주의하며 더 이상의 욕심을 억누르려고, 애쓰고 주가가 떨어질 때도 미련 때문에 더 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작은 손실을 감내한다.
마찬가지로 골프도 잘 나갈 때 자제하고, 추락할 때 더 이상의 악화를 막는 냉정한 자세가 절실하더라고 했다.
버디나 연속되는 파 같은 것은 주식시장의 주가 고공행진과 비슷해서 언제 추락할지 모를 위험을 안고 있고 볼이 러프나 벙커, OB지역으로 들어갔을 때 실점을 만회하려고 덤비다 더 큰 화를 자초하듯 주식투자에서도 작은 손실을 거부하다 더 큰 피해를 입는 점 등 골프와 주식투자는 너무나 닮았다는 것이다.
“샷 할 때마다 주식에서의 상황과 연관시켜 해결책을 모색하는 버릇이 생기더라고, 그렇게 하니까 점수가 저절로 좋아지는 거야. 악재가 겹치는 머피의 법칙 역시 골프에 그대로 적용되더군. 좋은 상황에서 한번 실수를 저질러 그 홀을 망치면 다음 홀에서 만회하려고 무리하다가 더 큰 난조에 빠지고 마는 것처럼 말이지. 이런 골프를 배우게 해줘서 정말 고맙네.”
결국 골프에서 배우는 지혜나 주식투자에서 배우는 지혜는 같다는 얘기다.
골프에세이스트 ginn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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