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사 / 현대문학天安門 사태의 남녀 쫓고 쫓기며 꿈꾸기
1989년 6월 4일 새벽, 중국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군중이 탱크를 동원한 계엄군에 의해 무력진압됐다. 광장과 시내 곳곳에서 계엄군의 발포로 1,400여명의 사망자와 1만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톈안먼 사태다.
중국 태생의 프랑스 여작가 샨사(35)의 장편소설 <천안문의 여자> 는 6월 4일 자정의 톈안먼에서 시작한다. 베이징대 법학부 여학생인 스물한 살 아야메이는 톈안먼의 단식연좌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쫓긴다. 계엄군으로 투입된 아야메이와 동갑내기 자오 중위는 아야메이를 검거하라는 명령을 받고 그녀를 뒤쫓기 시작한다. 천안문의>
하지만 자오가 아야메이의 집에서 발견한 일기를 읽으며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소설은 톈안먼 사태라는 현실 배경을 벗어나, 근원적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 남녀의 이야기로 바뀐다. 둘은 결국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한다.
소설 마지막 부분, 자오가 쌍안경으로 아야메이의 모습을 보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여인이 돌아섰다, 자오는 쥐고 있던 쌍안경을 떨어뜨릴 뻔했다, "뭘 보셨습니까?" 병사 하나가 자오의 귀에다 대고 소리쳤다, 자오는 말한다 "아니, 아무것도."
지극히 '동양적인' 이야기다. 꿈을 꾸듯 아야메이를 보는 자오의 모습은 그대로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을 연상시킨다. 샨사는 톈안먼 사태를 겪은 후 프랑스로 가 첫 작품으로 이 소설을 썼다.
"현실을 직접 다루기보다 단단한 문체 그 자체로 폭압에 항거하는 맨주먹 같은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후 탐미적 단문, 독특한 시각의 <바둑 두는 여자> <측천무후> 등의 작품들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샨사는 지난해 방한하기도 했다. 측천무후> 바둑>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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