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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미화원 출신 '29세 로봇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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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미화원 출신 '29세 로봇마스터'

입력
2007.06.0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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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그는 경기 하남시에서 웃는 얼굴로 유명한 ‘구두닦이 찍새 동환이’였다. 지금은 회색 T셔츠와 운동복 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벤츠를 몰고 다니는 ‘벤처 사장님’이다. 경기 안산시 소프트웨어지원센터 ㈜콘테크의 이동환(29) 사장.

말이 사장이지 일주일 중 6일을 사무실에서 먹고 잔다. 여기서 동료 개발자와 단 둘이 두 발로 걷는 로봇을 만들어왔다. 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스마트홈 & 홈네트워크전시회’에 등장한 이족(二足) 로봇 ‘로군’은 이렇게 탄생했다. 한마디로 로봇에 미친 인생이었다.

이 사장은 재산 깨나 있는 마산 집안의 4대 독자로 태어났다. 하지만 그의 표현을 빌자면 “사서 고생한 인생”이었다. 고1 때 선배들과 집단 싸움 후 학교를 자퇴했다. 수도권의 신문사 보급소에 거처를 잡았다. 새벽에 신문을 돌리고 낮에는 검정고시 학원을 다녔다.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아줌마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점심 도시락을 얻어먹었다.

구두닦이, 중국집 종업원, 음료회사 아르바이트, 호텔 접시닦이, 고시원 총무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 구두닦이 찍새 시절에도 그에겐 ‘전략’이 있었다. 90도 절부터 하면서 사무실 문을 열었고, 어깨 주물러가며 긁어온 구두가 하루 100켤레를 넘었다.

돈을 모아 2000년 명지대 정보제어과에 들어갔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로봇 만들기를 위해서다. 로봇과 무관한 수업은 시험만 겨우 쳤다. 4학년 때인 2003년 제1회 한국로보원대회에 나갔다. 처음 출전한 대회였다.

혼자 두 달 동안 알루미늄판을 썰어 붙여 만든 ‘떡대’는 격투기 종목 꼴찌를 했다. 2005년 산업자원부가 주최하는 제1회 로봇 유니버시아드 페스타(RUF) 대회에는 8개월 동안 만든 ‘알바트로스’를 들고 나갔다. 2,200만원이 들었다. 이번엔 1등 산자부장관상이었다.

졸업 후 당연한 수순처럼 로봇업체에 들어갔으나 회사가 망했다. 이 사장은 2006년 ㈜콘테크를 차렸다.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 ‘아시모’로 유명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나 일본 혼다처럼 든든한 연구진이 있는 것도, 정부 지원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하루 구두 100켤레씩 ‘찍어온’ 제가 못 할 일이 있겠습니까?”

그는 일본 로봇대회에서 처음 만난 동료와 함께 키 1m의 ‘로군’을 제작했다. 인건비는 관두고, 순수 개발 제작비만 4억원이 들었다. 부동산 투자로 불린 돈을 쏟아 부었고, 아버지에게서 일부를 지원 받았다. 로군은 휴보나 아시모만큼 근사하진 않다. 속도가 느리고 기우뚱거리지만 그래도 두 발로 걷고 춤을 춘다.

PC 기반의 제어장치와 카메라가 달려있어 화상통화가 가능하고, 가전제품들이 홈네트워크로 연결되면 오븐을 켜 요리하거나 침입자를 확인하는 심부름을 할 수 있다. 이런 로봇 시장은 아직 요원하지만 대신 각종 전시회와 이벤트에 출연해 적지 않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단기 수익모델은 완구로봇입니다. 다음엔 군사로봇을 만들 겁니다. 수백 억원씩 하는 고가 장비가 아니라 좀더 현실적인 가격으로 적진에 침투해 정보를 수집하고 공격하는 군사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미더덕 양식법을 개발해 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어렸을 때부터 만들기와 도전을 좋아했던 소년은 이제 “5년 내 로봇업계를 평정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향해 한발한발 나가고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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