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 추정되는 4명의 탈북자가 소형 선박을 타고 6일만에 동해를 건너 일본으로 탈출했다.
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50~60대의 부부와 20~30대의 남자 2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2일 새벽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후카우라(深浦)항에서 발견된 직후 자신들이 가족 탈북자임을 밝히며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탈북자가 배를 이용해 일본에 입국한 것은 1987년 1월 20일 김만철씨 일가(11명)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일본 경찰 조사에서 “처음 한국으로 가려고 27일 청진항을 출발했지만 경비가 너무 심해서 단념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북한 여객선 만경봉호가 입출항하는 니카타(新潟)항으로 목표를 수정한 이들은 도중 쓰시마(對馬)해류에 밀려 아오모리현 후카우라 해역에 표류의 형태로 도착하게 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일단 불법 입국 혐의로 입국 경위 등을 조사한 뒤 입국관리국에 이들의 신병을 인도할 방침이다.
이들이 타고 있던 배는 길이 7.3m 폭 1.8m의 지붕도 없는 소규모 노후 목선이다. 여기에 개조한 구형 엔진만 장착한 채 6일 동안 바다 위를 헤맸다. 바다 날씨가 나빴더라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았다. “생활이 어려워 북한을 탈출했다”고 밝힌 이들은 북한 당국에 발견될 경우 사용할 예정이었던 독약도 갖고 있었다.
일본 당국은 바싹 긴장하고 있다. 배가 워낙 작은 탓인지 발견되기 전까지 레이더로 탈북선을 포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은 해상보안청은 “왜 탐지를 하지 못했느냐가 문제”라며 “해상 경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본 정부는 탈북자들의 한국행 희망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3일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인도적 관점에서 대응하겠다”며 탈북가족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87년 후쿠이(福井)현 앞바다에서 표류했던 김만철씨 가족의 경우 북한은 즉각 송환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대만으로 보내는 식으로 이들의 한국행을 도왔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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