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파티걸(party girl)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퇴치를 위한 행동가로 변신을 꾀한다’
패리스 힐튼이나 린제이 로한 같은 할리우드 ‘악녀’들의 개과천선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딸 제나 부시(25)를 두고 나오는 얘기다.
부시 대통령의 쌍둥이 딸 가운데 첫째인 제나가 곧 에이즈 문제와 관련된 책을 발간할 것이라는 계획이 공개되자 벌써부터 그에게 ‘행동가’라는 수식어가 붙여지고 있는 것이다.
제나가 10월2일 발간을 목표로 마무리 탈고 과정을 진행시키고 있는 책은 에이즈에 걸린 17세 파나마 소녀의 삶을 담은 ‘애나 이야기(Ana’s Story), 희망의 여정’이다. 제나는 남미에서 유엔아동기금(UNICEF)을 위해 봉사할 당시 애나를 만났고 서로 친구가 됐으며 책을 쓰기 위해 애나와 그의 가족 등에 대해 6개월동안이나 취재를 했다고 한다.
부모를 에이즈로 잃은 애나는 친지들에게 학대를 당했고 역시 에이즈에 걸린 남자친구를 만나 사랑에 빠진 끝에 16세에 미혼모가 됐다. 제나는 책 속에서 그런 애나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풀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나가 책 발간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 개선을 노렸다면 그 효과는 책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절반이상 달성됐다. 아무도 제나가 책을 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나는 그의 쌍둥이 동생 바버라와 함께 학창시절에 음주를 일삼는 일탈 행동으로 부시 대통령과 로라 여사의 속을 태웠고 최근까지도 워싱턴에서 가장 밤 문화가 화려한 조지타운 거리를 늦도록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그러던 제나가 이제 어엿한 작가가 되는 것이다. 제나는 책 말미에 독자들에게 에이즈 예방 등을 위해 즉각 실천에 나설 것을 요청, 행동가다운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제나는 마치 유행처럼 앞 다퉈 책을 냈던 유력 정치인들의 딸 대열에 동참할 수 있게 돼 부시 대통령을 한층 뿌듯하게 만들었다. 딕 체니 부통령의 딸인 동성애자 메리 체니는 아버지 선거운동의 이면을 다룬 ‘이제 나의 차례’라는 책을 냈고 2004년 미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의 딸 알렉산드라 케리도 선거운동의 경험을 살려 ‘우발적 행동가’라는 책을 썼다.
2000년 대선 당시 민주당 앨 고어 대선후보의 딸 카레나 고어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길을 비추며’라는 책을 발간했고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딸 도로 부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아버지, 나의 대통령’을 집필했다.
닉슨 대통령 이후 대통령의 딸로 책을 쓰지 않은 사람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딸 첼시 클린턴 뿐이라고 한다.
제나는 책 초판을 50만부나 찍는 것으로 출판사와 계약, 금전적으로도 한몫 단단히 챙겼지만 책 발간에는 정치적 목적도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부시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면 책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제나는 책 발간이후 미 전역의 15개 주요 도시를 돌며 선거운동을 방불케하는 책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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