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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쌀 장벽' 못 넘은 장관급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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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쌀 장벽' 못 넘은 장관급 회담

입력
2007.06.0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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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쌀 차관을 둘러싼 대립을 넘어서지 못해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 사실상 결렬됐다. 쌀 지원을 북한의 핵시설 폐쇄 등 6자 합의사항 이행과 연계 시킨 정부의 방침에 따라 애초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다.

그러나 사흘 동안 다른 의제는 논의조차 못한 것은 유감이다. 북한이 절실한 쌀 지원에 매달리는 사정을 이해하더라도, 우리 정부의 입장과 국민정서 등을 도외시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주변 상황이 어려울수록 남북협력의 기본정신은 이어가는 성실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쌀 문제 외에도 남북 연결철도 개통과 국방장관 회담 개최 등 교류 확대와 평화 정착을 위한 의제를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어차피 예정대로 쌀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 대화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당초 5월 하순 쌀 북송을 시작하기로 한 합의를 지킬 것을 완강하게 요구했을 뿐이다. 우리 정부는 막후 설득에 힘 쓴 듯 하지만, 알맹이 없는 공동보도문을 내는 데 그쳤다.

이런 결과는 어느 모로나 우리에게도 득 될 게 없다고 본다. 당장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등을 중단하지 않더라도, 남북관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핵 폐기 없는 대북 지원ㆍ협력에 반대하는 이들은 개의치 않거나 반길 수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 경색이 핵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될 게 없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가 인도적 차원의 쌀 지원을 핵 문제와 연계시킨 것은 여러 여건에 비춰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핵 6자 합의 이행이 지연되는 것은 BDA 북한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탓이고, 객관적으로 그 책임은 북한보다 미국 쪽이 크다.

따라서 애초 북ㆍ미가 BDA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이행하기로 합의한 핵시설 폐쇄를 쌀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사리에 맞지 않는다. 북한의 완고한 태도를 나무라기만 할 게 아니라, 우리도 주변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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