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배런코언 지음ㆍ김혜리 이승복 옮김 / 바다출판사 발행ㆍ372쪽ㆍ1만2,000원
컴퓨터 게임과 스포츠 데이터에 목을 메는 남자, 전화로 수다 떨면서 별별 이야기를 다하는 여자. 남자는 화성에서, 여자는 금성에서 왔으니 당연하다고 넘어가면 그 뿐일까.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남자와 여자가 다른 별에서 왔다는 식의 농담은 둘의 차이만 극단적으로 확대, 진실을 흐리게 할 뿐이라며 과학적 접근을 권한다.
책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의 행동과 성향이 다른 이유는 한 마디로 뇌가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첫 페이지부터 “여성의 뇌는 공감에 더 적합하게, 남성의 뇌는 체계를 이해하고 구성하는 일에 더 적합하게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공감하기(empathizing)란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적절한 정서로 반응하려는 동기다. 체계화하기(systemizing)란 체계를 분석하고 탐색하고 구성하고 싶어 하는 욕구다.
놀이 방식, 관계 맺기, 지배 위계 확립하기, 양육 방식, 언어 능력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한 사례와 실험들은 여성의 뇌가 공감하기에, 남성의 뇌가 체계화하기에 더 적합하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이 차이의 원인은 태아기의 테스토스테론이 지목된다. 태아기 테스토스테론이 많을수록 체계화 능력을 가진 뇌의 우반구가 더 빨리 발달하고, 이것이 남녀 뇌의 차이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진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체계화의 능력은 도구 사용과 자연계 탐구력, 공격성 등과 밀접하다. 남성이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린 게 그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은 특유의 공감 능력을 속마음을 표현하는 데 미숙한 아기를 키우는 데 사용해 왔다. 두 능력 사이에 우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목표와 용도에 맞게 활용됐다는 것이다.
공감하기와 체계화하기 개념은 자폐증으로도 연결된다. 사회적 발달과 의사 소통에 이상이 있고, 강박적 흥미를 심하게 보이는 자폐증은 극단적인 남성 뇌의 유형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
자폐아 중에는 사회적 관계에는 서투르지만 수학 계산이나 암기에는 뛰어난 이들이 종종 있다. 유명인들 가운데도 고기능 자폐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이들이 많다. 수학의 최고 영예인 필즈 메달 수상자 리처드 보처즈 케임브리지대 수학과 교수의 경우는 이를 잘 보여준다.
뉴턴과 아인슈타인 역시 체계화 기술은 매우 뛰어났던 반면 공감 기술은 부족해서 사회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저자는 성별과 뇌 유형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통계적 평균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남자는 공감을 못하고, 여자는 체계화를 못한다는 메시지를 가져간다면 실망해서 울어 버릴 것”이라고까지 한다.
사회에는 두 가지 뇌 유형이 모두 필요하며, 남자와 여자의 근본적 차이를 이해해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당부다. 20년간의 연구를 통해 나온 풍부한 사례와 설득력 있는 전개 방식으로 과학적 호기심에 값한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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