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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건방진 도도 군' 도도한 애완견의 모험 "내 주인은 내가 결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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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건방진 도도 군' 도도한 애완견의 모험 "내 주인은 내가 결정해"

입력
2007.06.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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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연 지음ㆍ소윤경 그림 / 비룡소 발행ㆍ 200쪽ㆍ 8,000원

“난 한 번도 주인을 가져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의 주인이었던 적도 없다. 그냥 난 나다.”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말한 이가 당신의 애완견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여기 부잣집에서 쇠고기 통조림이나 받아먹고 늘어지게 낮잠자는 게 하루 일과인 도도한 강아지가 있다. ‘야’라고 불리는 사모님과 ‘그인간’이라고 불리는 남편이 사는 집에서 사랑 빼고는 부족한 게 없는 팔자가 늘어진 개 도도. 하지만 사모님의 액세서리처럼 지내던 도도는 뚱뚱하다는 이유로 버림 받는다.

김 기사의 시골집 어머니에게 맡겨진 도도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사모님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예전의 철부지 도도가 아니다.

“난 선택받는 건 싫어. 사람에게든, 신에게든. 선택받는 순간 버려질 각오도 같이 해야 하잖아. 내가 선택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주인이건 동반자건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버림받았던 기억에 풀이 죽을 법도 한데 씩씩하게도 스스로 함께 살 인간을 찾겠다고 선언하고 집을 뛰쳐나간다.

이 책은 철저하게 인간이 아닌 개의 입장에서 씌어진 동화다. ‘개들은 왜 버림을 받았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작가는 도도가 보청견이 되어 농아 가족의 진짜 동반자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험난한 거리와 지옥 같은 동물 보호소를 거쳐 보청견으로 훈련을 받는 도도의 모험담은 흥미진진하다. 교훈적인 의도를 전혀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점이 미덕이다.

시골에서 만난 사모님의 전 애완견 미미, 길거리에서 만난 잡종개 누렁이와 장애견 뭉치, 잠시 함께 살며 도도에게 사랑을 쏟은 상자 줍는 할머니를 통해 사랑을 배우는 과정이 뭉클하다.

먹던 밥을 그러모아 내놓은 것을 맛있게 비우고 꼬리를 흔드는 미미를 보며, 따듯한 손길로 미미의 머리며 등을 한참이나 긁어주는 어머니를 보며 도도는 둘 사이의 끈끈한 무언가를 배운다. 그리고 미미가 왜 비싸고 맛있는 깡통이 가득한 부잣집에서보다 초라한 시골에서 더 행복한지 깨닫게 된다.

‘필요’와 ‘사랑’이라는 관계의 두 축을 깨달은 도도가 초롱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농아 가족에게 꼭 필요한 동반자가 되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가족에 대해 돌아볼 계기를 줄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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