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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오염' 미군기지 9개, 원상회복 없이 돌려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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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오염' 미군기지 9개, 원상회복 없이 돌려받아

입력
2007.06.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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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름과 중금속으로 심하게 오염된 미군기지를 ‘환경 치유했다’는 주한미군의 일방적인 통보만 받은 채 돌려 받고 있다.

국방부는 1일 춘천 캠프 페이지와 경기 화성 매향리사격장 등 9개 주한미군기지를 지난달 31일 반환 받았다고 밝혔다. 미군기지 반환은 이번이 두 번째로, 의정부 캠프 폴링워터ㆍ시어즈ㆍ카일ㆍ에셰욘, 파주 캠프 에드워드ㆍ게리오웬, 서울 캠프 그레이에넥스도 포함됐다.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한국이 2011년까지 반환 받는 미군기지는 모두 66개(1,214만3,000평)이다. 문제는 반환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기지의 오염 상태를 확인하고 치유를 요구할 여지가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 김광우 군사시설관리관은 “이번 반환 기지 중 캠프 페이지ㆍ시어즈ㆍ에셰욘ㆍ폴링워터ㆍ에드워드 5개는 미국 측의 거부로 미군의 자체 오염치유 상황을 조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4월 첫 14개 기지 반환 때는 반환 시점을 정하기 전 우리 정부가 미군의 환경오염 치유 정도를 확인해 미국 측에 추가 치유를 요구할 여지를 열어두었다. 하지만 이번엔 아예 기지에 들어가보지도 못한 채 미국과 반환 시점에 합의했다.

2005년 정부 조사에 따르면 캠프 카일과 에드워드는 지하수 기름 두께가 각각 488, 240㎝에 이른다. 토양 오염은 캠프 페이지의 경우 기름 성분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기준치의 100배를 넘고 캠프 게리오웬은 95배, 캠프 시어즈 73배, 캠프 에셰욘 65배 등이다. 지하수 오염은 캠프 에셰욘이 기준치의 865배, 캠프 페이지 472배 등으로 미군의 오염치유 이전 상태이긴 하지만 엄청난 수준이다.

만일 반환기지의 오염상태가 이 상태에서 큰 변화가 없다면 이를 논밭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800억원 가량의 세금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국방부는 기지 반환 때의 8개항 환경 조치(지하저장탱크, 폴리염화페비닐 제거 등)와 지하수 부유기름 제거 작업이 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규정되지 않은 작업이라며 미국 측이 정부의 확인 방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SOFA 환경분과위의 지침인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에도 환경조치 결과의 확인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아 미국의 확인 거부가 SOFA 절차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실은 “SOFA 조항의 자의적인 해석”이라면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단체들도 “환경주권 포기”라며 “환경정화 없는 미군기지 반환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5, 26일 청문회를 열어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치유 문제를 따질 예정이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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