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3시 경기 화성시 동탄 신도시에서 오산ㆍ평택 방향으로 가다 왼쪽으로 빠져들자 논과 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정부가 이날 동탄2신도시 후보지로 발표한 이 지역의 논밭 중앙에는 공장과 창고가 듬성 등성 자리잡고 있을 뿐, 마을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600만평의 분당급 신도시 예정지라기보다는 한가한 시골 마을을 연상시킬 정도로 고요했다.
10여분을 달려 화성 동탄면 송리 산척저수지 인근에 이르자 갓 지은 가건물이 눈에 들어 왔다. 10여 개의 상점 중 문을 연 곳은 부동산 중개업소 2곳 뿐.
한 중개업자에게 “분당급 신도시로 발표됐는데 땅을 살 방법이 없느냐”고 묻자 “토지거래허가지역인 데다 투기지구로묶여 있어 쉽지 않다”며 “수용 보상가를 감안하면 적당한 투자지역은 아니다”고 귀띔했다.
그는 “3개월 전부터 분당급 신도시후보지가 동탄 동쪽이 될 것이라는 소문에 투기 세력들이 유령 상가를 지었다”며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지역이 분당급 신도시에 포함됐는데도 시큰둥하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신도시지역으로 선정된 것을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래봐야 쥐꼬리만한 보상금 받고 쫓겨 날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동탄2신도시 예정 지역은 이처럼 의외로 평화로운 데 반해 이미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동탄 신도시지역은 분당급 신도시의 최대 수혜지역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중개업소마다 문의전화와 상담 고객으로 북적거렸다.
주상복합 메타폴리스가 들어서는 동탄신도시 시범단지 한 복판의 U중개업소. 이곳 직원 4명은 걸려 오는 문의전화를 받느라 눈코 뜰 새가 없이 바빴다.
한 직원은 “어제까지만 해도 매물을 내놓는 주민들이 있었는데, 신도시 발표가 나자마자 ‘팔지 않겠다’고 거둬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1일 현재 시범단지 인근의 30평형의 경우 5억 5,000만원에 호가되고 있다. 하루 전만 하더라도 4억 7,000만원 가량이었던 것이 하루 만에 8,000만원 가량이 뛴 셈이다.
중개업소 대표는 “한창 부동산 붐이 일었던 작년 말 가격으로 다시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인근의 W아파트에 갓 입주한 한 주민은 “이제 동탄신도시를 서동탄, 분당급 신도시로 지정된 곳을 동동탄으로 불러야 하는 거냐”며 “주민들이 모이기만 하면 집값이 얼마나 더 오를 것인가를 놓고 점치기 바쁘다”고 말했다.
동탄신도시의 경우 맨 처음 분양한 시범단지 매물들은 대부분 무거운 양도세 부담을 피하려는 1가구 2주택 이상 소유한 사람들이 내놓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분당급 신도시 발표로 이마저도 사라졌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K부동산 관계자는 “어제 매물을 내놨던 사람도 아침에 전화하니깐 ‘팔 생각이 없다’고 했다”며 “이대로라면 조만간 분양을 시작할 메타폴리스 등 주상복합 경쟁률도 상상을 초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탄지역이 강남 대체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주민이나 부동산 중개업자들이나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S공인중개사 대표는 “동탄이 강남에서 1시간 가량 걸리다 보니 올해부터 입주한 시범단지 6,000가구 중에서 서울에 직장을 둔 사람들은 많지 않다”며 “위치상으로 보면 동탄2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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