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Ready), 액션(Action)!. 컷(Cut)!”
경기 남양주종합촬영소 영상지원실 3층. 남양주 금남초등학교 5,6학년 학생 10명이 빈강의실과 스튜디오를 분주하게 움직이며 “레디, 액션!”과 “컷!”을 연발했다. 3개조로 나뉜 아이들은 각자 써온 스토리북(대본)과 조별로 한대씩 배정된 6㎜카메라를 들고 CF 촬영을 하고 있었다.
남양주종합촬영소가 진행하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무한 도전, 나도 영화감독’의 수업이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과제는 ‘나는 T다’라는 모기업 CF를 응용해 자신을 표현하는 CF만들기.
하지만 스토리북을 써 온 학생은 배우가 아니라 카메라 감독이 된다. 같은 조에 배정된 친구가 배우가 돼 자신을 연기하도록 ‘감독’ 하는 것이다.
감독과 배우를 통한 관계 이해하기
배우를 통해 카메라 앵글 속에 자신을 담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변덕쟁이다’라는 주제의 스토리북을 만들어 온 6학년 용해영(12)양. 같은 조의 서영(12)이와 유림(12)이를 배우로 세워 자신을 표현해 보지만 쉽지 않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과 아이들이 표현하는 내가 이렇게 다를지 몰랐다”며 “한 장면을 찍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걱정이다”고 하소연이다.
빗자루를 이용해 꾸민 베이스 기타로 친구의 주제 ‘나는 록커다’를 연기한 5학년 김현서(11)군도 감독인 안준범(11)군의 지시에 이리저리 무대를 옮겨 다니느라 힘겨운 모습이었다. 10분전 자신이 감독일 때와는 정반대 입장이 된 것이다.
이날 CF촬영의 목적은 단순히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다. 10명의 학생들이 감독과 배우를 번갈아가는 역할 바꾸기를 통해 서로간의 관계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종합촬영소 초청 강사인 황보성진(36ㆍ여)씨는 “아이들이 연출자와 연기자의 관계를 이해하면서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아이들과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실 밖에서 만나는 가상의 세계
종합촬영소에서 진행하는 방과후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국내 최대 인프라를 갖춘 곳에서 영화를 체험한다는 것이다. 올해 연말까지 진행되는 수업 중 4분의1이 실제 영화가 제작되는 이곳에서 진행된다.
영화의 제작 과정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영상지원실과 3만평 대지에 만들어진 다양한 세트장에서 수업하면서 영화제작을 직접 경험한다.
초청 강사인 황보씨는 “때로는 현실을 가상의 세계로 꾸미고, 가상의 세계를 현실처럼 표현하는 것이 영화지만 아이들은 이곳에서 ‘영화란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용어로 가득찬 영화 자체의 기술을 배우기보다는 카메라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금남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담당인 김병천(55) 교사도 “현장 수업이 적은 교육현실에서 아이들이 접하기 힘든 소중한 체험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며 만족해 했다.
종합촬영소는 수업 마지막날인 12월 중순 촬영소 내에 있는 씨네극장에서 수업에 참가한 아이들이 만든 영화를 상영해 ‘그들만의 데뷔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 남양주종합촬영소는- 40만평 부지, 첨단시설 각춘 영화 제작 메카
1997년 11월 한국영화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상봉리에 들어선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상제작센터. 40만평의 부지를 닦아 만든 이곳엔 3만평 규모의 야외 세트와 6개의 실내 촬영 스튜디오, 최첨단 녹음실과 현상실, 디지털시각 효과실 등이 마련돼 있다. <서편제> , <쉬리> , <공동경비구역 jsa> , <실미도> , <태극기 휘날리며> 등 대작들이 이곳에서 잇따라 제작되면서 '한국영화 제작의 메카'로 떠올랐다. 3차원 그래픽과 음향 효과 등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극기> 실미도> 공동경비구역> 쉬리> 서편제>
남양주종합촬영소는 이 같은 인프라를 기초로 2005년부터 경기지역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영상문화 교육사업을 진행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왔다. 종합촬영소 측은 "지금까지 진행된 영상문화 사업을 통해 3,500여명이 수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주노동자 지원 프로그램은 국내 인권단체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주노동자가 직접 가족영화를 만들어 영상편지 형식으로 본국으로 보내는 프로그램과 이주노동자 대상의 영화 심리치료 프로그램 'Dr. Movie'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1960, 70년대 영화를 보여주거나 보호관찰 청소년들에게 영상문화 체험 기회를 주는 등 소외계층에 대한 영상문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남양주 인근 지역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도 참가, 영상문화 교육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종합촬영소 양규식(42) 과장은 "일반인 대상의 영상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한국의 대표적인 영상문화 체험장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남양주=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사진=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