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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리들의 스캔들' 체벌·'은따'… "날 좀 내버려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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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리들의 스캔들' 체벌·'은따'… "날 좀 내버려둬"

입력
2007.06.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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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스캔들 / 이현 지음 / 창비 발행ㆍ216쪽ㆍ8,500원

‘튀지도 않는다. 밟히지도 않는다’는 신조로 살아가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 보라의 평온한 일상에 파문이 인다. 이모가 늦깎이 교생으로 자신의 반에 부임했기 때문이다.

탱크 톱과 청바지 차림으로 클럽을 찾아 음주가무를 즐기는 이모와, 이모의 딸 (이모는 결혼을 하지 않고 딸을 낳았다) 즉 사촌동생의 사진이 학급 인터넷 카페에 게시되자 보라는 전전긍긍한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급기야 학교측은 이모의 수업 참관을 막는다. 설상가상으로 교내 댄스동아리의 폭력사건이 발생하자 보라의 절친한 친구 은하는 저지르지도 않은 잘못을 추궁 받고 ‘무기정학’ 처분을 받자 집을 나간다.

학교측의 처사에 분개한 한 친구가 담임교사가 학생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학급 카페에 올리고, 꼬일 대로 꼬인 상황 앞에서 보라는 ‘어쩐지 벼랑 끝으로 내몰린 느낌’을 받는다.

<우리들의 스캔들> 은 창비가 청소년을 겨냥해 선보인 청소년문학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동화읽기를 끝내면 중학교에 입학하고 곧바로 논술용 동ㆍ서양 고전을 읽어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자신들의 문제의식과 감수성을 담은 책’을 읽히려 함이다.

굳이 출판사의 취지를 헤아리지 않더라도 소설에는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 핍진하게 그려져 있다.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학교 문화와 탈권위적인 아이들 사이의 갈등, 학생들 내부의 밀고자를 만들어 교실을 통제하려는 비민주적인 교사, 인터넷 커뮤니티 글쓰기와 휴대폰 통화가 소통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은 아이들의 인간관계가 생생하다.

‘배신 때리고 먼저 가냐?’ ‘기다렸다는 듯이 등업을 해주다’ ‘은따(은근하게 당하는 따돌림)를 당하다’ ‘샘(선생)’ 등 청소년들의 입말을 적재적소에 끼워놓은 작가의 말부림 솜씨가 경박해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바야흐로 서기 이천년을 살아가는 중고딩의 하소연이 이삼십년 전과 그렇게도 똑같은지 모르겠다”며 “문제가 생기면 청소년들이 침묵하지 말고 자기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작품을 썼다” 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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