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과의 전쟁도 총성 없는 전쟁 중 하나다. 어느 나라도 흡연 인구가 없는 나라가 없지만, 한국의 경우 그 비율은 심각하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흡연 인구는 1,000만 명 이상으로 대략 성인 남성의 60% 가까이에 해당한다.
흡연은 자유지만,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공동체의 피해를 계산할 때 이는 단순히 개인적 자유의 문제만이 아니다. 원치 않는 흡연, 즉 간접 흡연도 금연 연구에서는 엄연한 흡연으로 간주된다. 금연 전쟁이 불가피한 이유다.
■우리 나라에서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한 해 1만 여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히 의료 비용만 따져도 2,000억~3,000억 원, 경제적 손실까지 감안하면 흡연의 사회경제적 피해액은 수 조 원에 달한다는 계산도 있다. 각국 정부가 금연을 위해 예산을 쏟아 붓고,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갖가지 방도를 궁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대 담배 수출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흡연인구는 4,400만 명으로 성인의 21%에 불과하다.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되는 낮은 수치인데도 미국의 금연 운동은 여전히 극성이다.
■금연율을 높이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은 담배 값 인상으로 꼽힌다. 최근 우리가 담배 값을 500원 올리기도 했지만 선진 각국의 담배 값 인상 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미국의 경우 담배 한 갑에 세금을 2달러나 추가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한다.
정부의 예산 확충이나 금연 법규의 강화, 금연 지원 제도의 확대, 특히 청소년의 흡연 억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된다. 담배 값 인상의 직접적 효과는 청소년에게 가장 크게 나타난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또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담배의 중독성을 낮추는 방안이나 흡연을 유인하는 담배 제조회사에 대한 직접 규제를 강구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만든 공익광고가 흡연을 폭력으로 묘사하며 공격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갈수록 세련되는 KT&G의 담배 판촉 활동을 얼마나 따라 잡을지는 미지수다. 그제 '금연의 날'을 기해 서울시내 버스 정류장 6곳이 금연 정류소로 지정돼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금연 유도와 간접흡연 방지를 위한 캠페인으로,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구상이다. 그러나 글쎄, KT&G의 대응 전략도 못지않을 텐데, 진짜 전쟁 상대는 흡연자가 아니라 담배회사가 돼야 할 듯 싶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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