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인 이광호(44) 서울예술대학 교수에 대한 시상식이 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팔봉비평문학상은 한국 근대 비평의 개척자인 팔봉(八峰) 김기진(金基鎭ㆍ1903~1985) 선생의 뜻을 기려 유족이 출연한 기금으로 한국일보사가 제정했으며 KT&G 후원으로 올해부터 상금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심사를 맡은 황현산 고려대 교수는 “지금은 문학 비평이 활발하지 못한 시대인데 이광호 교수는 평론집 <이토록 사소한 정치성> 을 통해 미적 근대성의 개념을 둘러싼 한국 문학 내부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문학적 모더니티의 실상과 전망을 문제 삼아 언뜻 혼란스럽게 보이는 문단의 풍경에 하나의 구도를 마련했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이토록>
심사위원장인 유종호 연세대 석좌교수는 축사에서 “<이토록 사소한 정치성> 은 유연하고 진지하며 설득력 있는 자세로 작품과 문단의 쟁점을 지적했다”며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문학의 지위 하락이 현저하지만 그럴수록 비평가의 임무는 더 막중하다”고 말했다. 이토록>
팔봉상 운영위원인 문학평론가 김치수씨는 인사말에서 “팔봉비평문학상은 비평상으로서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다”며 “이광호 교수는 지난 20여년간 예리하면서도 균형 있는 비평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광호 교수는 “내게 문학은 사소하고 미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과 매혹”이라며 “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길항 관계는 앞으로도 내 비평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에는 팔봉 선생의 장녀인 김복희 여사와 3남 김용한씨, 심사위원인 유종호 황현산씨, 문학평론가 김치수 임헌영 우찬제 김동식 심진경, 소설가 성석제 배수아, 시인 김혜순 황병승씨 등이 참석했다.
● 이광호 교수 수상소감
저는 1988년 비평을 시작했습니다. 그 때, 왜 하필이면 시인이나 작가가 아닌, 비평가가 되고 싶었는지 아직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시인이나 비평가가 되기에는 제 글에 대해 지나치게 반성적인 자의식이 강했었다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대답하곤 합니다. 다른 이유를 말해야 한다면, 시인이나 작가가 되기에는 저 80년대의 공기는 너무 딱딱했다고 변명해야겠습니다.
감히 저 자신을 회고하기에는 이른 나이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억은 무섭도록 현재적이며, 저는 어떤 혐오의 느낌도 없이 그 기억들을 되살릴 수 없습니다. 가끔은 제가 쓴 글과 말들이 제게 날카로운 모욕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저의 부끄러운 등단작은 <시적 어조와 사회적 상상력> 이라는 글이었습니다. 시에서의 화자의 사회적 성격을 생각한 글입니다. 그 이후, 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길항관계는 저의 오랜 비평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시적>
이번에 수상하게 된 비평집을 다시 들추어보면서, 예전의 문제의식 그 주변에 아직도 제가 서성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여전히 저는 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사이에서의 글쓰기와 글읽기라는 문제에 붙들려 있었던 것입니다. 그 붙들려있다는 자의식에 붙들려 있는 '나'라는 주어로부터, 지금은 달아날 수 없습니다.
저의 비평집 제목인 <이토록 사소한 정치성> 에서 '사소한'은 '미적인' '문학적인'의 번역어였습니다. 혹은 '이토록'이라는 과장된 부사어야말로 제게 문학적인 것을 상징하는 것이겠습니다. 모든 문학은 '이토록 문학적인 것'이며, 제게 문학은 '이토록 사소한 것들'에 대한 관심과 매혹입니다. 이토록>
그 사소한 것들로부터 정치성을 사유한다는 것은, 미적인 것 내부의 혹은 미적인 것 자체의 정치성을 사유한다는 것입니다. 이 주제는 오래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뾰족한 어떤 정신입니다.
제 앞에 너무 많은 시간들이 아직 남은 듯하고,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시간에 대한 감각은 너무 두텁거나 때로 너무 얇습니다. 그 시간들 사이에서 제 작업이 그 낡은 테제로부터 좀 더 사소해지기를 바랍니다.
문학이 사소함으로 붐비는 것이라면, 그 사소함의 내부를 좀 더 응시하려 합니다. 그 응시의 의미를 일깨워준 심사위원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의 불민함을 참을 수 없을 때마다 이 상의 의미를 기억하겠습니다.
글 이훈성기자 hs0213@hk.co.kr사진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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