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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또 '빈손' 귀국… 美, 강경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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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또 '빈손' 귀국… 美, 강경 선회?

입력
2007.06.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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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자금 송금문제를 둘러싼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북미 관계에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북미 사이의 냉기류는 BDA 문제 해법마련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귀국하자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4월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의에서 BDA 문제 처리 등과 관련해 "미국이 망쳤다(Washington screwed it up)"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의 인내심이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한층 힘을 얻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31일 미일 정상회담 당시 부시 대통령이 미국 정부가 북한의 행동을 충분히 읽어내지 못했음을 처음으로 시인하면서 이 같은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북한이 2ㆍ13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2ㆍ13 합의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에 의해 힘이 실렸던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과 힐 차관보 등 실용주의적 협상파들의 입지는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BDA 문제 해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법집행이라는 원칙을 저버리고 마치 '원죄'라도 지은 것처럼 북한에 끌려 다니고 있다고 비판해온 보수 강경세력이 득세할 것은 불을 보듯 하기 때문에 협상파들을 둘러싼 상황은 악화일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BDA 해법 마련을 위해 미국이 내놓은 아이디어들이 무엇하나 효과를 내지 못하고 고갈돼 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준다.

미국 와코비아 은행을 자금중개 은행으로 활용하려던 시도는 미 애국법 311조 및 범죄와 관련된 1만달러 이상의 금융거래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형법 규정 때문에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전해진다. BDA 경영진 교체를 전제로 BDA를 '돈세탁 금융기관'에서 해제해 주는 방안을 골자로 한 이른바 '근본적 해법'도 중국 정부의 난색으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 국무부 내에서도 중국 정부가 궂은 일은 하지 않으려 하면서 BDA에 대한 제재 해제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불신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미 사이의 갈등이 미중 간 불협화음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힐 차관보 등의 직위를 건 노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BDA 문제 선(先) 해결만을 외치고 있는 북한의 태도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김명길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지난달 31일 "BDA자금 2,500만 달러를 받고 난 뒤 원자로를 폐쇄할 것이며 다른 길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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