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 1월 사법연수원(36기)을 수료한 김해(34)씨는 4월 동기생 1명과 함께 소방방재청 5급 특별채용을 통해 공무원에 임용됐다. 이들은 3년 전 개청한 소방방재청에 처음 들어온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다.
김 사무관은 "신설 기관이라 일이 많고 국내에선 안전관리 분야가 아직은 발전시킬 여지가 많다고 생각돼 관심을 갖고 지원했다"며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도 탄탄한 직업이라고 기뻐하시고 적성에도 맞아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공직생활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 "전세계 대학의 박사가 다 모여 있고, 모든 분야의 박사가 있다." 특허청의 자랑이다. 1990년대 말 당시 평균 36개월 소요되던 특허심사기간(현재 9.8개월)을 줄이기 위해 98년부터 지난해까지 심사관(5급 사무관)을 특채해온 결과다.
덕분에 미국 하버드, 영국 옥스퍼드 등 전세계 명문대 출신 박사를 비롯, 300여명의 박사가 30여개 분야에 포진해 있다. 5년 이상 근무하면 변리사 시험의 일부 과목을 면제해 주는 혜택도 주어진다. 이 때문인지 50명을 뽑은 지난해 변리사시험엔 박사급 전문가들이 대거 몰려 12.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5급 공무원 등용문은 고등고시'가 이제 옛말이 돼가고 있다. 공무원 등용방식이 획일적인 공채 중심에서 각 분야 전문인재를 뽑아 쓰는 특별채용 위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5,6년 새 공채인원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특채인원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5급 특채인원은 2005년부터 공채인원을 추월했다.
행정고등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5급 공무원 수는 2002년 304명에서 지난해 244명으로 19.7% 감소했다. 반면 2001년 불과 50명이던 5급 특채인원은 지난해 395명으로 7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방위사업청 신설로 기존 군무원을 특채한 144명을 제외하더라도 순수 5급 특채인원은 254명으로 5배 이상 늘어났다.
5급 공무원 특채자들은 주로 의사, 변호사, 약사, 회계사, 공인중개사 등 자격증 소지자와 환경, 교통, 도시공학 등 이공계열 종사자들이다. 2005년 임용된 5급 특채자 269명 중 특수전문분야 종사자가 150명(55.8%), 자격증 소지자는 107명(39.8%)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기에 정부는 이공계 활성화 차원에서 과학기술인력을 5급 기술직군 공무원으로 특별채용, 2004년 51명, 2005년 49명, 지난해 28명 등 3년 동안 128명이 임용됐다.
공무원 특채는 '공무원 전문자격증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직사회의 전문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앙인사위가 전자인사관리시스템 'e-사람'을 통해 61개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의 자격증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3년 72명에 불과했던 변호사가 지난해 말에는 154명으로 늘어났고, 회계사도 85명에서 130명으로 증가했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각 부처가 다양한 행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특정분야의 인재를 적극 선발하면서 특채가 늘고 있다"며 "앞으론 중앙집중식 공채 대신 맞춤형 인재를 뽑는 방식이 공무원 채용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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