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의 굴욕을 갚아주겠다.’
네덜란드와의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2일 오후 8시ㆍ서울월드컵경기장)를 앞두고 ‘베어벡호’가 31일 낮 12시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소집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의 강호 네덜란드는 ‘베어벡호’가 출범한 이후 맞서는 최강의 상대다. 디르크 카윗(리버풀),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아약스 암스테르담)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해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네덜란드는 한국 축구에 쓰라린 상처를 안겨준 상대다. 98년 6월21일 마르세유 벨로드롬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월드컵 E조 2차전에서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네덜란드를 맞아 다섯 골(0-5)을 내주며 참패했다.
그 후 9년의 세월이 지났다. 한국 축구는 괄목할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 축구에 악몽을 안겨준 상대와 다시 만난 태극전사들은 ‘오렌지 군단’에게 ‘한국 축구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0-5 참패는 옛 일에 불과하다”, “자신감을 갖고 정면으로 부딪혀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한 목소리를 냈다.
9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이운재(34ㆍ수원)는 “우리 대표팀도 자신감과 실력을 갖춘 선수들로 이뤄져 있다. 우리는 승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투혼을 불살랐다.
9년 전 네덜란드전 후반 교체 투입돼 과감한 플레이를 펼치며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이동국은 “한국 축구는 그 동안 많이 강해졌다. 유럽 리그가 끝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시즌을 치르고 있는 우리 선수들의 몸 상태가 네덜란드 선수들보다 좋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첫 훈련을 가진 뒤 인터뷰에 나선 송종국(28ㆍ수원)은 “골이 많이 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될 것 같다“며 “3-2 정도로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에서 뛰었던 송종국은 “과거에는 유럽 축구를 만나면 기가 죽어 초반에 골을 허용하고 경기 막판에야 힘을 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네덜란드가 강팀이지만 초반부터 우리의 능력을 발휘한다면 좋은 승부를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국과 맞서게 된 핌 베어벡 감독은 “네덜란드는 강팀이지만 우리에게는 경기장을 가득 메울 6만5,000여 관중의 응원이 있다”며 멋진 한판 승부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상암=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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