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입장의 사회학 연구자 모임인 한국산업사회학회가 명칭을 변경한다.
학회는 1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변경될 명칭의 큰 틀을 정하고 다음달초 열리는 하계 워크숍에서 이를 확정할 계획이다. 새로운 명칭은 ‘한국비판사회학회’ 또는 ‘한국진보사회학회’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적 사회학자들이 집결한 산업사회학회가 명칭을 변경하려는 이유는 다양한 성향의 연구자를 끌어들여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해서다. ‘산업’이라는 이름으로는 한국 사회의 변화한 모습을 담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산업사회학회는 1982년 고 김진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운영하던 ‘상도연구실’이 모태가 됐다. 이후 산업사회연구회(89년)를 거쳐 90년대 초반 학회로 성장했다. 이종오 강정구 최장집 등 일군의 젊은 사회과학자들이 중심이 돼 마르크스 레닌주의, 종속이론, 해방신학, 그람시의 헤게모니론 등 변혁이론을 소개했으며 이후 이들 이론은 저항운동을 전개하던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이론적 동력이 됐다.
80년대 말, 90년대 초 다른 학문 분야에도 영향을 미쳐, 진보적 연구 활동이 학계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했다.
학회 회장인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한국산업사회학회는 반독재를 토대로 만들어진 지식인그룹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나, 민주화 이후 등장한 새로운 진보적 연구자들과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약점을 드러냈다”며 “명칭 변경을 통해 소비, 욕망, 탈식민지, 탈민족주의, 여성주의 등의 담론을 펼치는 새로운 연구자들과 경계를 허무는 ‘진보적 패러다임’의 개방화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학회는 명칭 변경과 함께 올 하반기부터 마르크스주의 연구회, 비정규직 연구회, 불평등 연구회 등의 소규모 학술연구모임을 조직해 민주화시대의 현실문제를 성찰하는 진보적 지식인 그룹으로의 위상을 다지겠다는 각오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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