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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비행공포증, 알고 타면 무섬증안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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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비행공포증, 알고 타면 무섬증안타죠

입력
2007.05.3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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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나는 법을 배운 것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2차 대전 당시 독일 공군기의 공습 때문에 골치를 썩히던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이 남긴 말입니다. 인간의 날고 싶은 욕망의 성과물이 돌연 생명을 위협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현실에 대한 불평이었습니다.

반세기나 전에 나온 명사의 툴툴거리는 한마디가 혹시 당신의 심정과 일치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비행공포증(Fear of Flying) 환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여름 휴가차 해외여행을 꿈꾸지만 비행기 타기는 무섭다는 당신을 위해 새롭게 지면개편을 마친 첫 회를 바칩니다.

“도대체 몇 백 톤은 나갈 쇳덩어리가 공중에 뜬다는 게 이해가 되요?”

한 출판업체에서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는 김정훈(40)씨는 얼마 전 힘겹게 사이판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어렵사리 계획한 해외여행이지만 김씨는 비행기 트랩에 오르기까지 수십 번도 더 주저했다. 비행공포증 때문. 김씨는 “비행기 자체도 무거운데 몇백명 씩 태우고 짐도 싣잖아요. 와, 저게 어떻게 뜨지 싶으니까 그때부터 비행기를 타면 답답하고 무서운 기분을 털 수가 없어요”라며 “가족이 너무 원하니까 해외여행을 다녀왔지만 장거리 비행은 아직 꿈도 못 꿔요”라고 말한다.

대기업 임원인 장영순(50)씨는 이 달 초 가까스로 항공기를 이용, 중국 출장을 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귀국편 비행기를 다시 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고. “기내에서 호흡곤란을 일으키면 어떻게 하나, 그러다 기내서 죽는 건 아닌가 싶어서 불안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거에요.” 귀국 예정일이 열흘은 족히 남았을 때부터 서울의 주치의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해댄 장씨는 주치의의 설득에 힘입어 가까스로 다시 비행기에 오르긴 했지만 “십년은 감수한 듯한 심정”이라고 말한다.

비행기 타기가 두렵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의 베테랑 공격수인 데니스 베르캄프(37ㆍ아스날)의 경우는 유명하다. 당시 네덜란드의 오렌지 군단이 본선 진출에 좌절한 것은 ‘비행공포증이 있는 베르캄프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라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비행공포증 외에도 시차부적응, 이코노미클라스 증후군을 비롯 우는 아이, 지독한 무좀, 알레르기성 비염 등 비행기 타기가 두려운 이유는 끝도 없다.

비행공포증 환자들은 비행기에 오르면 ‘이러다 죽겠구나’ 라는 압박감을 느낀다.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단순 공포증일 경우엔 비행 내내 온 몸의 경직을 풀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며 물 한 잔도 제대로 못 마신다. 폐쇄공포증에서 기인한 비행공포증 환자는 꽉 막힌 비행기에 오르면 곧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목을 부여잡고 숨을 헐떡이며 심장박동도 급격히 빨라진다.

비행공포증 환자는 소심하고 겁이 많거나 우울증 혹은 조울증 병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싶지만 실제는 아니다. 이상민 비행공포증연구소 소장은 “비행기를 많이 타본 사람일수록 난기류나 비행 중 조그만 이상을 경험한 사례가 더 많기 때문에 비행공포증에 더 쉽게 빠진다”고 말한다. 비행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사람 중 항공정비사, 공항 직원도 상당수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그렇다면 비행공포증에는 왜 걸릴까. 전문가들은 “공포의 근원은 무지”라고 잘라 말한다. 항공기의 기초과학을 이해하고 비행이 얼마나 안전한 것인지 교육을 받으면 공포증은 저절로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니 비행기 타기가 두려운 당신, 약한 심장을 원망하지 말고 차근차근 문제의 실체에 다가 가시라. 저 매끈한 보잉747-400의 풍만한 품에 안기기 위한 해결책은 의외로 가까이 있다.

■ 비행의 고통 이렇게 극복하세요

▲ 비행공포증이 의심되면 신경정신과 외래를 방문합니다. 의사의 한 마디가 상당한 위안이 됩니다.

▲ 비행 상황에 불안감을 느낀다면 자신보다 훨씬 비행기를 잘 아는 조종사가 모든 것을 돌본다고 믿으세요.

▲ 폐쇄공포증이 있다면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승무원에게 차가운 물 한 잔을 부탁하세요. 숨이 막혀오는 기분을 덜 수 있습니다. 술은 흥분을 유발해 증세를 악화시켜요.

▲ 이코노미석보다 비즈니스석 이상의 객실을 선택하세요. 넓은 공간이 편안함을 가져옵니다.

▲ 시차극복이 힘들면 출발부터 도착지 기준으로 시계를 맞추고 수면시간을 조절하세요. 의사의 처방에 따른 각성제나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도 고려하세요.

▲ 아기가 불편함을 호소하며 울면 10초 정도 코를 붙잡고 있으세요. 아기가 숨을 쉬려고 힘을 쓰다 보면 귀가 뚫리고 곧 평온감을 되찾게 됩니다.

도움말ㆍ대한항공 비행공포증연구소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 만남 이별 새출발… 공항은 인간드라마

장면 1

지난 29일 인천공항 식당가. 제주도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모(52)씨가 딸에게 연방 음식을 권한다.

“이것아, 캐나다에 가면 이런 한국 음식 먹고 싶어도 못 먹어.”

“비행기 타면 밥 줄 텐데 뭘 자꾸 먹으래, 엄마는.”

딸은 마지못한 듯 젓가락을 든다. 23년을 같이 살았고, 떨어져 있는 시간은 고작 9개월인데 셋째 딸을 이역만리 타국에 내놓는 엄마의 걱정은 태산이다. 어학연수를 떠나는 딸과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고작 1시간 남짓. 입으로는 티격태격하면서도 꼭 잡은 손, 따뜻한 눈빛은 정겹기만 하다.

장면 2

같은 날 인천공항 도착 게이트. 시카고발 인천행 DL7862편이 승객들을 쏟아내는 가운데 깊은 포옹을 하고 있는 남녀가 시선을 끈다. 직장인 이모(32)씨는 3년 전 여자를 공항에서 떠나보냈었다. 연인의 장기 유학이 탐탁치 않았던 이씨는 그녀가 떠나는 날 배웅도 하지 않은 채 공항 주차장에서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보며 애꿎은 자동차 바퀴만 발로 찼다고 한다. “그때는 다시는 못 볼 것 같았어요. 사는 게 한 치 앞을 모르는 건데 유학기간 애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자신 없었거든요.”

다행히 한동안 서먹했던 두 사람은 이메일을 통해 편지를 주고받으며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쌓았다. 이씨는 “3년 동안 안 만났으니까 이젠 정말 꼭 붙어 다닐거에요”라며 활짝 웃었다.

장면 3

같은 날 인천공항 3층 국제선 출발 게이트. 노부부와 30대 여성이 머리를 맞댄 채 기도를 올리고 있다. 딸로 보이는 여성은 짐짓 쾌활하게 손을 흔들며 출국장으로 빠져나갔지만 뒷모습이 사라진 뒤에도 노부부는 자리를 뜨지 못했다. 딸이 세관을 거쳐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을 직접 배웅이라도 하겠다는 듯.

노 신사는 “7년 만에 만난 딸을 딱 3일 같이 있고 다시 보냈다”면서 “살아서 다시 만날 수나 있을지…”하며 말끝을 흐렸다. 출발 게이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부인을 팔을 끌고 밖으로 나가는 노신사를 따라 갔다. 사연이 궁금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기자에게 그는 “딸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우리가 어디 사는지 알려고 하지 말라. 신문에 나가는 것도 싫다”면서 “세상이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매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떠나고, 들어오는 사람은 줄잡아 8만 명. 사람 수에 비례하는 만큼의 인간 드라마가 매 순간 펼쳐진다. 공항근무 10년째라는 한 항공사 직원은 “사연 없는 사람이 없겠지만 특히 이곳 공항에서 듣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제각기 한 편의 드라마”라며 “10년이면 이제 무덤덤해질 때도 됐건만, 아직도 출근길은 새로운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로 부푼다”고 했다.

공항은 결혼식을 막 끝낸 남녀가 부부로서 첫 여행을 떠나는 곳이며, 일상을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가는 첫 관문이기도 하다. 오늘도 출국장에 선 4만 명은 낯선 곳으로의 출발, 익숙한 곳으로의 귀환을 꿈꾼다. 바야흐로 해외여행 시즌이다. 떠나자!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휴대폰으로 공항라운지 이용하세요

공항, 단순히 떠나기 위한 대기장소가 아니다. 즐거운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여행고수’ 장경호(35)씨의 안내로 공항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법을 따라 해보자.

●발권 카운터, 짐과 좌석을 체크하라

여행은 인천공항의 항공사 카운터 앞에서 시작된다. 요즘은 대부분 노선에선 ‘e티켓’을 이용한다. 항공권 대신 항공사나 여행사에서 이메일로 보내준 e티켓 확인증을 출력해와 여권과 같이 제출하면 된다.

올해 3월 1일부터 기내 반입 물품 제한이 강화됐으니 주의해야 한다. 미주노선뿐 아니라 전 노선에서 100ml가 넘는 생수 치약 화장품 김치 고추장 등의 액체나 젤류는 들고 탈 수 없다. 이러한 물건을 미리 부치는 짐에 넣지 않으면 수속하다 말고 짐을 새로 싸야 한다.

장시간의 여행이니 좌석도 중요하다. 장씨는 카운터 직원에게 가장 좋아하는 자리인 비상구 옆 좌석을 요청한다. 좌석 밑에 짐을 놓지 못하는 불편은 있지만 앞뒤 공간이 여유로워 발을 편히 뻗을 수 있다. 워낙 인기 있는 곳이라 그 자리를 얻기는 쉽지 않다. 다만, 비행기의 좌석이 많이 비는 날이면 뒤쪽의 가운데 자리를 요구한다. 3,4개의 의자 사이 팔걸이를 올리고 누워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마일리지 입력 여부를 꼭 체크한다. 대부분 알아서 마일리지를 입력해 주지만 혹시 빼먹었을 경우 귀국해서 다시 처리하기가 번거롭다.

●면세품은 인터넷으로 쇼핑

수속이 끝났으면 보안검사를 받고 출국신고를 한 후 면세구역으로 나간다. 요즘엔 출입국카드 작성이 필요 없어 출국시에는 여권과 보딩패스, 입국때는 여권만 보여주면 된다.

면세구역으로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면세점으로 달려가 남은 시간 허겁지겁 쇼핑에 나선다. 인천공항 안에는 롯데면세점, AK면세점, 한국관광공사, DFS 등 4곳에서 운영하는 면세점이 있다. 인천공항의 면세점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곳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다양한 물품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장씨가 직행한 곳은 면세점의 물품수령소. 아내에게 줄 화장품 등을 미리 인터넷으로 주문했기 때문에 수령만 하면 쇼핑 끝이다.

비즈니스 출장이라 휴대폰 로밍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항 자판기에서 국제전화카드를 구입한다. 콜렉트콜이나 휴대폰 로밍 보다 이용료가 훨씬 저렴하다.

●휴대폰 멤버십 라운지를 이용하라

남는 시간 장씨는 공항 라운지로 향한다. 항공사에서 운영하는 라운지는 비즈니스석 이상의 VIP고객을 위한 휴식장소. 하지만 이코노미석 승객이라도 휴대폰 멤버십 카드만 있다면 같은 급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면세구역 11번 탑승구 맞은편 4층에는 SK텔레콤과 KTF가 운영하는 라운지가 있다. 푹신한 소파에서 다과를 즐기며, 인터넷과 비치된 휴대폰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가까운 친지에게 거는 안부전화는 이곳에서 해결한다. SK텔레콤은 ‘리더스클럽’ 회원, KTF는 ‘KTF멤버스 회원이 이용할 수 있다.

●덧신과 수면 안대를 챙겨라

보딩 시간에 맞춰 비행기에 오르면 이제 이륙만 남았다. 비행기에 올라타면 우선 기내지를 꺼내 들어 기내 서비스 순서를 확인한다. 음료수가 먼저 나오고 곧 이어 식사가 나온 뒤, 기내 면세품 판매가 이뤄지고… 등 스케줄을 미리 확인하면 마냥 식사나 영화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자느라 기내 면세점 판매를 놓치는 경우도 피할 수 있다.

붓기 쉬운 발을 위해 신발 대신 신고 돌아다닐 수 있는 덧신을 꺼내 신고, 숙면을 위해 수면 안대도 요청한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 가슴 덜컹하는 '쿵' 착륙 …사실은 더 안전

수십 만개의 부품이 한 치 오차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현대과학의 종합예술, 한 대에 1,000억원에 달하는 값비싼 탈 것, 그리고 400여 톤의 쇳덩이로 이뤄진 몸체가 사뿐히 콘크리트에 안착하는 날렵함.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항공기의 과학을 알고 나면 비행공포증은 저만치 날아가 버린다. 날개에서 건조한 실내에 이르기까지 비행기에 대한 궁금증을 알기 쉽게 풀어본다.

●모든 비밀은 날개에 있다

비행공포증 환자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비행의 비밀’은 날개에 있다. 날개는 비행기가 공중에 머물러 순항할 수 있는 양력을 만들어준다.

날개의 단면은 앞쪽이 둥글고 윗면은 곡선이지만 아래면은 직선에 가까운 일종의 유선형을 이룬다. 비행기가 엔진으로 가속을 하면 공기가 날개 위쪽과 아래쪽으로 나뉘는데 이때 곡선으로 흐르는 공기는 속도가 빠르지만 아래쪽 공기는 속도가 이보다 느려지게 된다. 자연 공기가 빠르게 움직이는 날개 윗면은 압력이 낮아지지만 아래면은 압력이 높아져 자연스럽게 기체를 띄우는 양력(揚力)이 발생한다.(베르누이 법칙) 즉, 여기서 만들어지는 양력이 항공기에 작용하는 중력보다 커지면 아무리 무게가 많이 나가더라도 하늘로 떠오른다.

이를 쉽게 이해하려면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 밖으로 비행기 날개처럼 손을 뻗어보자. 순식간에 팔 전체가 하늘로 치솟는다. 손바닥을 지면과 직각으로 세우면 반대로 떠오르지 않는다. 달리면 하늘로 오르는 연의 운동도 비행원리 이해에 도움이 된다.

●연료는 어디에?

비행기에 쓰이는 항공유가 차지하는 무게는 기체 무게 총량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그런데 연료 저장탱크는 어디 있을까? 보통 비행기의 배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답은 날개다. 날개의 두께는 보잉 747-400의 경우 성인 키를 넘기 때문에 연료를 저장하기에 충분하다.

●비행기 바퀴는 이동용 부품이다?

정확히 말하면 착륙 때 운동에너지를 최대한 줄여주는 제동장치로 보는 게 옳다. 그래서 비행기의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대형 항공기일수록 바퀴의 수가 늘어난다.(보잉 747기종의 경우 18개) 김재윤 대한항공 부기장은 “비행기 착륙 때 활주로 접근 속도가 시속 300km가 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얼마나 많이 줄여주느냐가 안전한 착륙을 결정한다”며 “타이어가 이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면 그만큼 활주 거리가 길어지고 활주로를 벗어나는 사고의 위험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소프트 랜딩이 더 안전하다?

착륙과 관련한 오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조종사 실력과 착륙 충격의 상관관계이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을 때 ‘쿵’하는 진동이 크면 “쯧쯧, 부기장이 착륙했나 보네”라고 생각한다. 조종사들이 들으면 섭섭한 이 말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 승객들이 원하는 것처럼 언제 내렸는지 모를 정도로 부드럽게 착륙을 한다면 그만큼 운동에너지를 버리지 못하고 활주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일명 ‘소프트 랜딩’은 활주거리가 길어지고 비상시 대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엉덩이가 들썩이는 착륙도 어찌 보면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이라는 뜻.

●최신 기종이 더 안전하다?

기체의 연령과 안전도는 얼마나 상관관계가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과 유럽 항공사 중 안전하기로 정평이 난 곳들 중 보유 항공기의 평균 기령이 20년을 넘는 곳은 흔하다. 오히려 동구권과 아프리카의 항공사들이 운항하는 항공기는 최신형이 많다. 왜 이럴까.

비행기는 자동차와 달리 모든 부품을 정확한 시간표에 따라 점검을 하고 교체한다. 비행기가 안전하다는 평을 듣는 항공사는 정비프로그램이 선진화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 비행기가 젊은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비행기 상식사전> 의 저자 패트릭 스미스는 “민항 항공기는 반영구적으로 탈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무려 1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엔진 없이도 날 수 있을까?

비행기를 두려워 하는 승객들은 대부분 엔진이 많이 달린 비행기를 선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혹시 엔진이 하나 정도 파괴되더라도 비행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과연 안전한 비행을 계속하려면 최소한 몇 개의 엔진이 꼭 남아있어야 할까. 답은 0개이다. 모든 항공기는 자체 동력을 잃더라도 고도상승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까운 공항으로 회항이 어렵지 않다. 실제로 767기와 A330기가 모든 파워를 상실한 채 활강하고도 무사히 착륙한 적이 있다.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프로펠러 비행기는 위험하다?

보통 프로펠러 비행기로 불리는 터보프롭 구예逆?항공기는 ‘안전도가 떨어진다’는 상당히 억울한 오해의 피해자이다. 터보프롭의 엔진도 사실 제트엔진이다. 이 비행기는 낮은 고도와 단거리 비행에 더 효율적이게 컴프레서와 터빈으로 추진력을 만드는 일반 제트기와 달리 프로펠러를 이용하는 것 뿐이다. 오히려 프로펠러는 무게 대비 출력 비율이 훨씬 좋다. 백만장자들이 소유한 개인비행기 엔진에 달려있는 프로펠러를 보면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은 당연히 편견이지 않을까.

도움말ㆍ하영태 대한항공 정비훈련원 AVI 강사, 김재윤 대한항공 부기장, 이상민 비행공포증연구소 소장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 비행공포증 환자 서구에선 10명에 1명

문제는 할리우드 영화이지 않았을까.

비행기 사고처럼 매력적인 영화 소재는 없다. 한번 이륙하면 폭탄 테러범이 장악해도 기내를 벗어날 수 없고 오지에 불시착한 탑승객들이 사망한 사람의 살을 먹으며 생명을 연명한다. 비행기 안에서 아이가 납치되는 사건이 그려지기도 한다. 비행공포증에 휩싸인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비행의 공포를 주입하는 미디어의 피해자다. 비행공포증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오해이고 왜곡된 현실이어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비행공포증으로 고생하고 있을까. 국내 유병률 통계는 아직 없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이 우리나라보다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비행공포증에 대한 연구와 관리가 행해져 믿을 만한 통계도 풍성하다.

답은 10%. 10명중 1명이다. 남의 일처럼 들리는 비행공포증에 떨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 미국에선 이들 때문에 비행기 좌석 점유율이 9%나 떨어진다는 연구내용도 있다.

비행공포증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가 단순 비행공포증이다. 말 그대로 그냥 비행이라는 물리적인 현상이 두려운 것이다.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비행공포증은 불안장애의 하나로 비행기라는 기체(機體)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거대한 쇳덩어리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해 하는 것”이라며 “불안하니까 비행을 회피하고 피해서 더욱 두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단순 비행공포증 환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과거의 좋지 않았던 비행경험, 미디어가 전달한 메시지 등 다양하다. 이들은 보통 사람이 그저 안전벨트를 꼭 조이고 잠시 긴장하는 정도로 견딜 수 있는 난기류에 발작적인 증상을 보이고 심하면 비행 중 탈출을 감행한다.

이상민 비행공포증연구소 소장은 “비행공포증에 시달려 병원을 찾은 환자의 평균 비행 경험횟수가 무려 100회에 이르며 2,500번이나 비행기를 탄 사람도 있다”며 “비행기를 탄 적이 없어 두려운 경우보다 경험이 많아 공포증에 빠지는 사례가 더욱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행기를 처음 타고 비행공포증에 빠진 사례는 전체의 10%에 그친다.

두 번째는 폐쇄공포증(Claustrophobia)에서 오는 것이다. 사고의 위험성에 두려움을 갖는 게 아니라 빠져 나가지 못하는 상황을 무서워 한다. 비행기뿐 아니라 지하철, 심지어 엘리베이터에도 오르지 못하는 이들이다. 폐쇄공포증 환자가 비행기에 아무 대책 없이 오르면 숨이 막히고 식은 땀이 흐르며 당장 문을 열고 탈출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극단의 불안을 체험한다. 이 소장은 “환자 중 25명이 비행기 탑승 후 증상을 견디지 못해 다시 내린 경험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세 번째인 광장공포증(Agoraphobia)으로 인한 것으로 가장 심각한 경우다. 보통 광장공포증은 넓은 공간에 놓이면 불안감을 느끼는 병으로 이해하는 데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 불안감이 엄습할 지 아무도 모르는 장애이다. 때문에 폐쇄나 고소공포증(Acrophobia) 보다 치료가 오래 걸린다.

비행공포증은 치료가 필요한 장애이다. 상태가 심각해지면 제대로 비즈니스를 할 수 없고 함께 여행하는 승객들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현재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비행공포증을 치료하는 기관은 대한항공이 후원하는 정신과 클리닉 ‘비행공포증연구소’ 한 곳에 불과하다. 개설된 지 3년째이지만 치료를 마친 사람은 150여명에 그친다. 실제 환자는 많지만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 때문에 실적이 많지 않다.

비행공포증의 치료는 우선 앞의 3가지 중 어떤 공포증인지를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단순 비행공포증이라면 두려움을 나타내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이완요법으로 1~2주면 완치가 가능하다. 폐쇄 및 공황공포증은 이완요법과 함께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가 병행된다. 길게는 4개월까지 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다.

임 교수는 “일반 정신과 클리닉에서도 점진적으로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보도록 하는 이완훈련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약물보다는 인지치료에 집중하며 사회생활 복원 차원에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 현존하는 최고급, 최대 비행기는 어떤 것일까

현존하는 최고급, 최대 비행기는 어떤 것일까. 바로 지난해 모습을 처음 드러낸 ‘하늘의 호텔’ 에어버스 A380이다.

현재 운행되는 지구상의 가장 큰 점보기인 보잉의 747 보다 너비가 15m나 넓고 전체 객석을 이코노미석으로 배치하면 무려 800명의 승객을 동시에 운송할 수 있는 초대형 항공기이다.

내부 전체가 복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항공사 구미에 따라 헬스장, 바, 로비 등 편의시설 구성이 용이한 이 꿈의 항공기는 올 10월 세계 처음으로 싱가포르 에어라인에 배치되며 국내에는 대한항공에 도입되는 2010년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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