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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환자 위해 1억원 기부한 '아귀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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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환자 위해 1억원 기부한 '아귀찜 할머니'

입력
2007.05.3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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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 내 돈잉교. 죽기 전에 본래 자리에 갖다 놓을라 카는 긴데…. ”

평생 모은 재산 1억원을 서울아산병원에 전달한 할머니는 “어려운 일 하셨다”는 말에 전화기 너머로 손사래를 쳤다.

경남 진해시 이동의 아귀찜(속칭 아구찜) 전문 식당 ‘할매아구찜’ 주인 김공순(67ㆍ사진)씨는 31일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하면서 환자들의 고통을 알게 됐다”며 “불쌍한 환자들을 돕기 위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 비행기 조종사처럼 특이한 직업을 갖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남동생 셋을 둔 그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초등학교도 다닐 수 없는 상황에서 돈을 벌어야 겠다고 결심했다.

공장도 회사도 없던 시절, 남의 집에 들어가 식모살이를 했다. 그때 나이 스물 넷. 한 푼 두 푼 악착같이 모았다. 그러나 3년 뒤 결혼을 하면서 식모살이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길거리 행상으로 나섰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동네 쇠기름 공장에 취직 했다. 남자들이나 하는 일이었다.

89년 공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추락으로 척추와 어깨를 다쳤다. 수술 후에도 5년 동안이나 병원을 드나들어야 했다. 4년 동안 결근 한번 않던 공장을 그만 두는 수밖에 없었다. 겨울 옷 한 벌, 여름 옷 한 벌로 지낼 만큼 검소한 생활을 한 탓에 그간 모인 돈도 좀 있는 터, 아귀찜 식당을 차렸다.

15년 동안 한 우물만 파면서 꽤 유명해졌다. 명절이면 음식을 싸 들고 사회복지시설을 찾았다.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좀 더 큰일을 찾던 그는 가난한 환자들이 떠올랐다. 때 마침 서울아산병원의 무료진료 활동 소식을 접하자 주저 없이 재산을 내놓았다. 최근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다는 김씨는 “이슬 피할 집하고 손님만 있으면 된다”며 밝게 웃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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