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21차 남북장관급회담 셋째 날인 31일 남측의 쌀 차관 제공 유보 결정에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다른 의제들에 대한 논의는 원론적 수준에서 맴돌았다. 남북은 서로 쌀 문제 해결을 위해 방법을 찾기로 했으나 난항을 겪었다. 북측은 쌀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남북이산가족 상봉중단 등 강경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1일 북측이 전체회의를 거부하고 귀환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권호웅 북한 내각책임참사는 이날 오후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의 수석대표 접촉에서 “20차 장관급회담의 합의사항을 남북이 성의를 갖고 이행 노력을 해 왔는데 (남북이 당시 합의한) 쌀 차관 제공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고경빈 남측 회담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쌀 제공을 신의로써 이행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고, 당장 합의를 이행하기엔 국내ㆍ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설명했으나 북측을 납득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이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10시30분 사이 10여분간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면담, 회담 진행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돼 시선을 집중시켰다. 북한이 전날(30일)부터 쌀 차관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하며 회담이 난항을 겪자 대통령에게 지침을 받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 면담 후 이뤄진 브리핑에서 고경빈 대변인은 “정부는 (쌀 지원 유보) 입장과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회담장 주변엔 ‘북한이 2ㆍ13합의 이행에 나선 이후 쌀 차관 제공을 시작한다’는 정부의 방침을 노 대통령이 재확인해 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장관이 면담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북측 메시지를 전달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으나 면담 시간이 짧았고, 면담 이후 회담 교착이 풀리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남북의 대치가 계속되자 이번 회담에서 공동보도문을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대두됐다. 회담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측은 이번 회담에서 ▦남북 국책연구기관 회의 ▦국방장관 회담 개최 ▦경의ㆍ동해선 철도 부분개통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회담이 난항을 거듭하자 철도 부분개통 합의만 합의해도 성공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남북은 1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회담을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예정대로 될지는 불투명하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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