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가항공사들은 과연 해외로 날 수 있을까. 취항 1주년을 맞은 국내 최대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이 ‘국제선 취항’을 선언하고 나섬에 따라, 그 성사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05년 8월 한성항공의 청주-제주 구간으로 시작된 저가항공은 제주항공이 지난해 6월부터 김포-제주, 김포-부산, 김포-양양구간을 운행중이다.
여기에 군산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전북항공이 올 8월 취항을 준비중이고, 영남에어도 내년 2월부터 부산-제주노선을 오갈 예정. 인천시 역시 2010년 목표로 저가항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5년여 만에 5개 항공사가 생길 만큼, 국내 저가항공은 단기간내 뿌리를 확실히 내리고 있다는 평가다.
저가항공사는 항공기 1대만 있어도 운항이 가능할 정도로 설립이 쉽다. 기존 항공사에 비해 요금을 30%가까이 저렴하게 책정,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층 공략이 쉬운데다 노선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비수기에는 깜짝 할인 등으로 고객마케팅을 펼치기도 하는데, 한성항공의 경우 5월11일부터 한달간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경우 표 1매를 공짜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으며, 주중에는 무려 1만9,900원짜리 티켓을 팔기도 한다.
이 같은 국내적 성공을 토대로 선두주자인 제주항공은 국제선 진출을 공식선언하고 나섰다. 주상길 제주항공 사장은 31일 취항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2008년부터 우선 전세기 형식으로 중국과 일본시장 공략에 나서고 2010년부터는 괌, 사이판, 필리핀 등 동남아지역으로 노선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이를 토대로 기존의 값싼 항공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항공업계 ‘빅 3’로 도약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경우 김포-제주 편도요금이 7만원대, 제주항공은 5만원대로 30%가량 가격차가 난다. 만약 제주항공이 국제선을 띄울 경우 기존 항공사와 가격이 20만원이상 차이 날 것으로 보여 시장판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제주항공이 해외취항을 하게 되면, 상대국 저가항공사도 국내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저가항공 시장은 기존 시장을 위협할 만큼 급격히 팽창할 전망이다.
하지만 허가권자인 건설교통부가 비행기의 안전문제로 제동을 걸고 있어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건교부는 ▦국내선 운항경험 최소 3년 이상 ▦일정수준 이하의 안전 사고 등을 골자로 한 저가항공사 국제선 운항규칙을 마련할 방침이어서 이 규칙이 마련되면, 제주항공은 향후 2년내엔 국제선 취항이 불가능해지게 된다.
그러나 주 사장은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이미 정기 항공운송사업자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런 규정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정부가 끝까지 반대하면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근거리 국제노선은 저가항공의 약진이 점점 더 두드러지는 추세다. 아시아 최대규모의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말레이시아)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태국, 마카오 등 7개국에 취항중이며, 태국의 방콕에어는 저가항공사로는 최초로 아시아 최고의 휴양지 몰디브에 항공편을 띄우고 있다.
2004년 출범한 싱가포르의 타이거항공은 지난 해 싱가포르-방콕 취항을 기념, 요금을 2싱가포르 달러(약 1,300원)에 내놓는 등 저가항공사들은 때때로 ‘깜짝 이벤트’를 통해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저가항공사의 국제선 취항은 안전문제 이외에도 대형 항공사의 경영과 직결될 수 있어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면이 있다”며 “하지만 이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있는 만큼 시장개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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