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신임 서울경찰청장 인사가 발표됐다. 조직 안정을 위해 전격 단행된 인사라고는 하나, 경찰 내부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더욱이 조직의 수장인 이택순 경찰청장이 최근 보인 행보는 조직 안정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 청장은 28일 경찰지휘부회의에서 "조직 안정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지만, 안팎에서 사퇴 압력이 가중되자 예정된 외부 행사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29일 교통사고 줄이기 범국민 대회에 참석해 격려사를 낭독할 예정이었지만 강희락 차장을 대신 보냈고, 30일에도 소년범 선도 정책 추진을 위한 국제세미나 축사 일정을 갑자기 취소했다. 대외적으로 경찰을 대표해야 할 사람이 칩거에 들어간 셈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대범함이 아쉽기만 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 청장에 대한 신임을 표시했지만, 상처 난 지도력이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전직 경찰 간부는 "대통령이 유임을 시켰으면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도대체 언제까지 두 손 놓고 있을 건지 걱정된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선 이 청장을 '식물 청장'으로 폄하하는 소리도 들린다.
이 청장 등 경찰 수뇌부는 내부 조직원들 사이에서 항명 움직임이 일자, "분파적 행동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으름장부터 놓았다. 그러면서 이 청장에 대한 사퇴 촉구 의견이 줄어든 것을 조직 안정의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조직 내분이 재연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신속한 인사 만으로 땅에 떨어진 경찰총수의 지도력이 회복되긴 어렵다. 최근 이 청장의 행보를 보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 청장이 향후 만신창이가 된 경찰 조직을 추스르려면 사무실에만 칩거할 게 아니라 철저한 반성과 함께 경찰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강철원 사회부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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