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꿈의 제철 기술'로 꼽히는 파이넥스 공법의 설비 상용화에 성공, 어제부터 쇳물 생산을 시작한 것은 세계 철강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구상 철광석 매장량의 80%를 차지하는, 지름 8㎜ 이하 가루 형태의 분철광석에서 쇠를 얻는 고난도 기술은 철강업계의 오래된 숙제였으나 지금까지 누구도 풀지 못했다. 영일만에 철강산업의 횃불을 지핀 포스코가 40년 만에 이룬 또 하나의 쾌거에 대해 격려와 찬사가 쏟아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기술적으로 파이넥스 공법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불린다고 한다. 14세기 발명된 용광로 공법은 기술진보와 함께 에너지 최적화, 생산성 향상을 거듭하면서 전 세계 철강의 60%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유연탄을 연소시켜 철광석을 환원하는 과정에서 덩어리 형태의 괴철광석과 고점결성 유연탄을 사용해야 하는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 코크스 가공과정 없이 분철광석을 바로 사용하는 친환경적 파이넥스 공법의 효율성은 여기서 두드러진다.
새로운 신화를 쓰는 도전의 역정은 험난했다. 세계 철강업계의 후발주자인 포스코는 1990년 초반 국책과제로 선정된 용융환원제철법을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했지만, 우리보다 먼저 연구개발을 시작한 일본과 호주 등의 철강업체와 마찬가지로 수차례 실패를 거듭했다.
'돈 먹는 하마'라는 비아냥이 쏟아졌고, 첫 쇳물을 생산한 시범 플랜트도 곧 설계상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황량한 갯벌에 제철공장을 세웠던 불굴의 초심이 아니었다면, 2004년 8월 상용화 설비를 착공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포스코는 이번 쾌거로 3,000만 톤인 조강 생산능력을 3,400만 톤을 늘릴 수 있게 돼 세계 2위의 철강업체로 발돋음하는 디딤돌을 마련했다고 한다.
향후 10년 내에 중국 인도 베트남 등에 세워질 제철소에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하면 조강 생산량은 4,200만 톤으로 확대돼 1위 업체인 아르셀로-미탈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가 있다고 한다. '한국의 자존심'인 포스코가 세계의 포스코로 거듭나게 된 새 날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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