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지난해 7월 평소 지역유지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오다 이 유지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 특혜를 베풀었다는 의혹을 받은 군산지원 판사 3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당 유지는 군산지원이 위촉한 조정위원이었다.
지방의 경우 연고가 없는 판사가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동료 판사나 지역 명망가 출신의 조정위원 등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군산사건에서 보듯 조정위원이 판사와의 친분관계를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판사와의 부적절한 교제를 시도하지 않더라도 법원 조정위원이라는 직함이 지역 명망가들의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변질되는 경향도 뚜렷하다. 현재 전국 31개 본원 및 지원에서 조정위원들에게 신분증을 발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을 비롯해 서울고법 관내 9개 지법이 지난해 선정했던 1,209명의 조정위원 중 33%에 달하는 400명이 조정위원 명함만 받은 채 조정에는 단 한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3월 현재 전국 법원이 위촉한 조정위원 5,936명의 직업도 사업가와 기타 등이 47.4%나 됐다. 전문적 식견을 갖추고 법원의 역량에 실질적인 보탬을 주는 조정위원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조정제도 내실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섰다. 우선 다음달부터 민사조정위원의 경우 2년, 가사조정위원의 경우 1년의 임기 중 조정에 전혀 참여하지 않으며 재위촉할 수 없도록 했다. 조정위원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법원의 조정 참여 요청에 2회 이상 응하지 않을 때 해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조정에는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조정위원이라는 신분에 집착하는 불성실 조정위원들이 대거 퇴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조정위원을 지역유지보다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직능단체나 사회단체에서 추천을 받고 각급 법원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도 공모하기로 했다. 조정위원에 위촉하기 이전에 형사 피고인, 민사ㆍ가사사건 당사자 등에 대해서는 재판의 공정과 신뢰를 해칠 우려가 있는지 등을 신중히 검토하도록 하는 기준도 마련됐다.
●조정위원제란? 민사ㆍ가사사건에 도입된 조정위원제는 판결까지 가지 않고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도록 학식과 명망 있는 외부인을 위원으로 위촉해 판사의 조정을 돕도록 한 제도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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