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 리얼리티쇼의 원조인 네덜란드에서 장기 기증자가 신장 이식을 원하는 환자 후보들을 직접 심사한 후 수혜자를 고르는 리얼리티쇼가 제작돼 논란이 일고 있다.
네덜란드 민영 방송사인 BNN은 죽음을 앞둔 젊은 여성 암 환자가 기증한 신장을 놓고 3명의 신장 질환자가 승부를 겨루는 ‘빅 도너 쇼(Big Donor Show)’를 다음달 1일 방송한다.
‘빅 브라더 쇼’ 등 선정적 프로그램으로 윤리성 논란을 일으켜온 엔데몰 프로덕션이 제작한 이 80분짜리 프로그램은 도전자의 삶과 그의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짧은 영상물, 기증자와 후보자 간의 인터뷰 등으로 꾸며진다.
우승자는 장기 기증자가 직접 선정하지만, 시청자들도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선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사전 로비를 방지하기 위해 기증자는 37세의 리사(Lisa)라고만 알려졌으며, 도전자들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프로그램은 5년 전 신장병으로 사망한 창립자 바르트 드 그라프를 기념하려는 방송사측과 평소 익명으로 장기 기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불만스러워 했던 리사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성사됐다. 리사는 “내 신장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기증함으로써 가족과 친구들이 내 죽음이 다른 사람의 삶으로 연결된다고 느낄 수 있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정부와 의회까지 “BNN은 당장 비윤리적이고 야비한 프로그램의 방송을 중단하라”고 촉구할 정도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BNN은 “창립자를 기리기 위해 신장병 환자의 고통에 초점을 맞췄다”며 “장기기증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방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타임스는 “BNN과 엔데몰이 시청률을 위해 질병을 악용한 예는 수 없이 많다”며 “탈락한 후보들의 얼굴에 어떻게 카메라를 들이댈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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