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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다르푸르 석유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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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다르푸르 석유전쟁'

입력
2007.05.3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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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수단 남부의 다르푸르(Darfur)는 프랑스와 맞먹는 크기의 드넓은 평원이다. 이 지역은 1970년대 초 미국 석유 메이저들이 위성탐사를 통해 막대한 석유부존 가능성을 확인했으나, 수단이 옛 소련과 가까워 접근이 어려웠다.

그러나 1979년 유엔주재 대사로 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누메이리 수단 대통령에게 위성사진을 보여주며 설득, 소련과 관계를 끊고 석유 메이저 쉐브론(Chevron)에 유전 개발권을 주도록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 출신인 부시 전 대통령은 석유재벌이 정치적 기반이다.

■ 쉐브론은 12억 달러를 투입해 석유자원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권분배를 노린 무장세력의 내전으로 시설과 인력이 수시로 공격받는데 시달리던 쉐브론은 1984년 개발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92년 철수했다.

이에 따라 방치됐던 다르푸르 유전은 1999년 중국이 재개발에 나서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중국은 유전개발과 정유시설 및 송유관 건설 등에 150억 달러를 투자, 최대 투자국이 됐다. 그 대가로 하루 50만 배럴에 이르는 석유 생산량의 80%를 가져간다. 이는 중국 전체 석유 수입량의 8%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 중국 국영석유회사 CNPC는 수단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아프리카 석유생산국에서 미국 석유 메이저들을 밀어내고 있다. 엄청난 투자노력을 기울인 결과이지만, 과거 미ㆍ영과 달리 내정간섭을 삼가고 기반시설 건설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때문이다.

이런 대세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2003년 다르푸르에서 토착 흑인세력의 무장봉기로 인종분쟁이 다시 불붙었다. 토착세력은 무슬림 아랍세력이 이끄는 중앙정부의 차별에 반기를 들었지만, 배경에는 중국의 석유자원 장악을 방해하려는 미국의 견제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미국은 차드 등 수단 인접국을 통해 반군세력을 몰래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지휘관을 포트 베닝의 특수전 학교에서 훈련시킨 사례도 있다. 그러나 미국은 내전으로 4년간 20만 명이 희생된 것을 '인종학살'로 규탄, 유엔을 통한 개입과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그제 수단에 대한 금융제재를 강화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국제사회도 적극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냉전시대 미ㆍ소의 패권다툼이 검은 대륙을 피로 붉게 물들였듯이, 석유를 둘러싼 '신냉전'이 다시 아프리카의 장래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때문일까.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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