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사건 재판에서 거의 완벽한 승리를 거두고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조사 여부에 대한 입장을 쉽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 등의 공모 부분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유보했고, 삼성측이 이에 대해 “공모가 아니었다는 의미”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측 신필종 변호사는 29일 “이번 판결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지배권 이전을 위해 공모했다는 공소사실의 기본전제를 인정하지 않고 범죄사실에서 제외함으로써 검찰 주장을 배척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 차원의 공모가 없었던 만큼 자연스럽게 이 회장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반면 검찰은 “공모 판단을 유보했을 뿐, ‘공모가 아니었다’는 판결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회장 등의 공모 여부를 명기하진 않았지만 재판 과정에서도 “비서실 개입 등 그룹 차원의 공모가 있었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펴왔다. 검찰과 삼성이 판결을 놓고 서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는 셈이다.
법원에서도 항소심 재판부가 공모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지만 판결문에 전환사채 발행과 이전이 ‘경영권 승계 목적의 불법 행위였다’고 명시하는 것으로 검찰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공모 부분에 대한 법원 판단은 사건 수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이번 판결 내용은 공모 수사에 유리한 정황”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재계의 우려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전(7월 4일 결정)에서의 이 회장 역할 등을 고려해 조사 시기는 다소 여유를 둘 것으로 보인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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