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고 치즈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29일 오전 전북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 치즈마을. 현장체험을 나온 익산 이리영등중 3학년생 150여명이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관심을 보였다. 학생들은 주민들이 직접 만든 치즈돈까스와 무농약 쌀로 지은 밥을 먹고 마을 노인들이 운전하는 경운기에 10명씩 나눠 타고 1㎞ 떨어진 체험장으로 이동했다.
체험장에서 치즈를 직접 만들어 보는 소중한 체험은 물론, 우유제품 생산과정도 지켜봤다. 또 송아지에 우유 주고 푸른 잔디가 깔린 초지에서 설매타기를 하며 신나는 하루를 보냈다.
유안옥 영등중 3학년 주임교사는 “체험학습 장소로 치즈마을을 선정한 이유는 치즈 만드는 과정이 과학기술과목에서 다루는 분야여서 교육효과가 크고 학생들에게 농목축업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치즈마을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름이 ‘느티마을’ 이었다. 인근 유가공 공장인 ㈜숲골유가공과 손을 잡고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곳에는 지난해에만 1만여명이 방문해 2억3,300여만원의 수입을 올렸으며 올해도 5월말까지 1만2,000여명이 다녀갔다. 수입은 지난해 10배 이상이 예상된다. 체험은 당일와 1박2일 코스가 있으며 관광객 유치와 홍보를 위해 1인당 체험 참가비 중 7,000원은 군 예산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치즈마을 운영위원회 황성수(39) 총무부장은 “시골의 정을 느낄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며 “앞으로 1회성이 아닌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체류형 교육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임실은 1967년 국내 최초로 치즈를 만든 ‘한국치즈의 원조’고장이다. 벨기에 출신인 지정환 신부가 64년 임실성당에 부임, 농민들의 소득향상을 위해 농민들과 산양을 기르며 치즈공장을 설립해 생산한 것이 모태가 되었다.
현재 임실에서는 일반 우유를 생산하는 롯데햄ㆍ우유 공장을 비롯, 다양한 유가공 공장이 있다. 특히 ㈜숲골유가공은 국내 처음으로 집유소를 거치지 않고 목장에서 직접 유기농 발효유를 만들고 있다. 또 임실치즈농협은 국내 피자용 치즈 30%를 공급하고 있다. 지역 유가공업체가 처리하는 원유량은 연간 10만톤이 넘고 연간 1,447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05년 치즈산업지원팀을 설치한 임실군은 치즈산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임실읍 금성리와 성수면 도인리 일대 4만1,000여평에 ‘치즈밸리’를 조성하기로 하고 2010년까지 361억원을 투입, 치즈과학연구소와 치즈피아, 낙농클러스터 치즈공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밸리 주변에 목가적인 자연환경에 유럽풍 건축물의 치즈체험테마파크도 만들어 연간 3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와 100억원의 관광수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FTA로 축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해 있지만 군은 임실치즈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현재 35%에서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우수한 낙농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군은 지난해는 전북대, 올해는 순천대와 협약을 맺고 농민 50여명을 6개월 위탁 교육시켰다. 올해부터는 독일에 낙농가 2명을 보내 1년간 치즈 및 유제품 제조 연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김명진 치즈산업지원팀장은 “임실치즈밸리를 재경부로부터 ‘특구’로 지정받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진억 임실군수 "낙농·유통·관광 연계 치즈밸리 조성”
"임실을 치즈의 메카인 스위스 아펜젤라로 만들겠습니다."
김진억(67ㆍ사진) 전북 임실군수는 "임실치즈는 40년의 전통을 지닌 한국치즈의 원조"라며 "치즈밸리 사업은 1차 산업인 낙농업과 2차 산업인 우유가공업, 3차인 유통업의 융합을 더욱 공고히 할 뿐 아니라 관광산업까지 연계한 한국의 새로운 지역개발 모델"이라고 자랑했다.
취임 직후 치즈밸리 사업을 구상해 정부의 지원을 받은 김 군수는 "치즈밸리 사업을 통해 낙농업을 3배 이상 성장시켜 잉여우유 해소와 일자리 창출, 인구유출 억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치단체가 흉내낼 수 없는 치즈밸리축제도 개최해 임실치즈의 브랜드를 더욱 높일 계획"이라며 "학술대회와 치즈박람회도 포함시켜 어느 세계 유명 치즈축제에 손색 없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치즈밸리 외에도 오수애견동물원 조성과 필봉농악 풍물촌 건설, 안전체험센터 설치, 농촌마을 종합개발 등 10대 현안사업을 선정, 예산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주고와 동국대를 졸업한 김 군수는 전북도의회 의장을 지낸 뒤 2004년 보궐선거로 당선되었으며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임실=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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