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통폐합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집착이 도를 넘고 있다. 이념ㆍ노선이 서로 다른 모든 언론이 반발하고, 오랫동안 대통령과 코드를 맞춰 온 진보적 언론단체까지 반대하는데도 노 대통령과 정부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으니 고집이나 집착이란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대통령은 "언론이 '기자실 개혁'과 관련한 보도에서 세계 각국의 객관적 실태를 보도하지 않는 비양심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언론이 계속 터무니 없는 특권을 주장한다면 원리원칙대로 하겠다"고 했다. 정부 부처에 3개를 두겠다는 송고실조차 완전히 없애버릴 수도 있다는 으름장이다.
대통령의 왜곡된 언론관을 질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최근의 개헌안 발의 논란 등 숱한 예에서 보듯, 대통령은 마치 두들겨 맞을수록 투지와 힘이 솟는 만화 속의 권투선수처럼 언론의 비판을 오히려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보다 우리는 대통령이 굳이 '개혁'이나 '특권'이란 표현을 쓴 점에 주목한다. 쟁점을 엉뚱한 데로 돌려 대중적 정서에 호소하는 대통령의 행동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정부는 기자실 통폐합의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자의적 평가가 담긴 '선진화 방안'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정부가 기존의 제도나 관행을 바꾸려면 최소한의 이유는 있었을 것이다.
국정홍보처나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언을 통해 드러난 이유는 '공무원의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정도가 고작이다. 정면으로 거론했다가는 국민에게 '행정편의주의' 인상을 심게 마련이다.
더욱이 공무원의 업무효율성 증대와 국민의 알 권리라는 충돌하는 가치 가운데 무엇이 보호 필요성이 더 큰가 하는 논쟁에서 정부가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랬어야 할 논쟁에 '개혁'이나 '특권'이란 말이 덧붙여지면, 공무원과 기자 중 누가 더 나쁘냐는 엉뚱한 논쟁으로 바뀔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미 그런 조짐이 완연하다. 임기 말의 무관심을 견디지 못해서든, 다른 목적의 정치적 대중 동원 시도이든 결국 국민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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