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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드라마 붐… 이젠 작가보다 연출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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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드라마 붐… 이젠 작가보다 연출가 시대

입력
2007.05.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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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드라마다.” “화면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진다.”

과거 드라마는 이른바 ‘작가의 장르’였다. 작가의 역량이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했다. 그러나 최근 뛰어난 영상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작품들이 연이어 방영되면서 연출가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 되고 있다.

김윤철 연출의 <케세라세라> 는 극단적인 인공조명과 유려한 카메라의 움직임 등으로 도회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극대화 시켰다. 박찬홍 연출의 <마왕> 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거친 화면과 캐릭터의 얼굴을 극단적으로 클로즈업하는 독특한 스타일의 영상을 실험했다.

MBC <고맙습니다> 는 이경희 작가의 탄탄한 대본에 작품의 배경이 되는 푸른도를 화사하고 따뜻한 색감으로 보여주는 이재동 PD의 연출이 더해져 “마치 휴가를 온 것 같은 기분으로 드라마를 본다”는 평을 들었을 정도다.

드라마에서 연출가의 역량이 부각되는 것은 드라마 제작환경 자체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TV보다 훨씬 뛰어난 화질에 16:9 화면비를 기본으로 하는 HD TV의 대중화로 연출가들이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담을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 시장의 팽창과 함께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도 과거보다 훨씬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MBC <태왕사신기> , MBC <에어시티> 등 대작 드라마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마찬가지로 연출가의 역량이 중요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또 <케세라세라> 는 원하는 화면을 얻기 위해 한 등장인물이 사는 집 전체를 400여평의 세트에 만들었고, MBC <하얀거탑> 은 의료 행위의 리얼리티를 확보하기 위해 실제 수술 가능한 장비들을 갖추고 촬영하는 등 디테일한 면에서도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MBC 노도철 PD는 “미국 드라마에 이미 익숙한 젊은층에게는 스토리 못지않게 영상미가 중요하다. 내용뿐만 아니라 영상과 음악 등 연출의 요소가 결합한 웰메이드 드라마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가 영화처럼 연출가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웰메이드가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선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제작환경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두 달여 동안 작품을 몰아 찍어야 하는 한국에서는 연출가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얀거탑> 의 안판석 PD는 “단순히 제작비를 많이 투자하는 것만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배우부터 모든 스태프가 완벽하게 준비된 상황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 체결 등으로 이제 미국 드라마와의 전면적인 경쟁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연출가들이 한국 드라마에 새로운 경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강명석 객원 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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