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상민(35)이 결국 서울 삼성에 새 둥지를 틀었다.
삼성의 조승연 단장은 30일 “KCC로부터 현금으로 서장훈의 연봉 300%(14억,1000만원)를 받느냐, 이상민을 보상선수로 지명하고 연봉 100%(4억7,000만원)를 받느냐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하다가 후자를 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97년 KCC의 전신인 대전 현대에 입단해 10년 간 KCC의 간판 스타로 활약해 온 이상민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충격적인’ 이적을 하게 됐다.
KCC는 삼성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서장훈을 영입하면서 이상민을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35세의 적지 않은 나이가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3명으로 제한돼 있는 보호 선수를 서장훈과 임재현, 추승균으로 꾸린 끝에 내린 고육지책이었다. 삼성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다 ‘비보’를 접한 KCC의 최형길 단장은 “삼성이 데려가지 않기 만을 바랄 뿐이었다”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삼성 역시 장고 끝에 이상민 영입을 결정했다. 국내 최고의 포인트 가드임에 틀림없지만 6년 연속 올스타 팬투표 1위에 뽑힐 만큼 팬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상민을 데려올 경우 과연 동기 부여가 되겠느냐는 고민이었다. 프로농구를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도 이상민이 KCC에서 명예롭게 은퇴를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그런 점 때문에 많은 고심을 했다. 그러나 우리도 전력 보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상민이 선수 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KCC와 이상민, 전주 팬들은 크나큰 충격에 빠졌다. KCC는 FA ‘최대어’ 서장훈을 영입하고도 초상집 분위기가 됐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이상민은 외부와의 연락을 두절한 채 정신적으로 큰 혼란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CC 홈페이지에는 구단의 결정에 “10년 프랜차이즈 스타를 헌신짝처럼 내버릴 수 있느냐”며 비난하는 팬들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연세대 단짝 선배 이상민과 한솥밥을 먹게 된 것에 큰 기대를 나타냈던 서장훈도 결과적으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 버린 꼴이 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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