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좌로 굴러. 우로 굴러.”
교관의 불호령에 여자프로농구 구리 금호생명 선수단 20명이 차디찬 갯벌에 몸을 내맡긴다. 코칭스태프도, 프런트도 예외는 없다. 안진태 단장과 이상윤 감독도 선수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이리저리 뒹굴었다. “하나! 둘!” 비명 소리와도 같던 선수들의 구령소리는 점차 ‘악’으로 변해 갔다.
29일 오전 8시 충남 대천 앞바다. 이미 전날 4시간에 걸친 유격 훈련과 6㎞ 산악 행군을 통해 온 몸은 피멍으로 물들어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게다가 온몸이 진흙 범벅이 되고 나니 몸은 천근만근으로 무겁다.
하지만 힘들다고 엄살을 피울 수도 없다. 내가 꾀를 피우면 팀 동료가 힘들어 진다. 1시간 훈련 뒤 3분간 짧은 휴식이 주어지면 침묵 속에 간간이 거친 숨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상윤 감독조차 “군대에서도 이런 훈련은 안 해봤다. 너무 힘들다”고 혀를 내둘렀다.
금호생명은 지난 두 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겨울리그엔 3승17패의 참담함을 맛봤다. 그래서 패배 의식을 털어내고 선수들에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을 심어주기 위해 선택한 게 바로 해병대 캠프다. 2005년 겨울리그에서 최하위를 차지했던 신한은행은 해병대 훈련을 마친 뒤 그 해 여름리그에서 우승 신화를 일궜다.
갯벌 훈련은 단지 전초전에 불과했다. 오후엔 교관까지 올라 앉아 150㎏이나 나가는 보트를 나눠 들고 뛰는 고무보트훈련(IBS), 서바이벌게임이 이어졌다. 재활 훈련중인 백쥬리(무릎 부상)와 마리아 브라운(발목 부상), 유격훈련 도중 실신한 이영화 통역과 강은미 매니저만 열외 됐을 뿐, 선수단 중 한 명의 낙오자도 없었다.
10년간 사설 해병대 캠프인 태드월드를 운영해온 김재오(35) 교관은 “프로 선수들인 만큼 일반 남자들보다 훨씬 강도를 세게 했는데도 잘 따라와줬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31세의 ‘맏언니’ 김경희는 “처음엔 흉내내기 정도일줄 알았는데 장난이 아니더라”면서 “지난 시즌처럼 시소게임하다 막판에 무너지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 이렇게까지 힘들게 했는데 포기하거나 지면 아깝지 않겠냐”고 말했다. “악으로 깡으로!” 몸은 녹초가 되고 얼굴은 엉망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대천=글ㆍ사진 오미현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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