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 논란이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일괄 참여가 아니라 증권사 개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한국은행이 안전성을 감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29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논란이 되어온 자금시장통합법(자통법)안 중 증권사의 은행 지급결제망 참여문제에 대해 양측의 이견이 좁혀졌다. 6월 중 국회를 통과하려면 늦어도 이 달 안에는 합의를 도출해 국회에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한은은 막바지 의견조율을 하고 있다.
양측은 우선 한국증권금융을 증권사들의 대행기관으로 삼아 은행 지급결제망에 가입하고, 모든 증권사는 증권금융을 통해 일괄적으로 지급결제에 참여하는 당초 정부안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는 증권사들의 지급결제가 증권금융 한 곳을 통해 이뤄질 경우 결제 위험성이 한 곳에 집중된다는 한은의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대신 개별 증권사들이 직접 지급결제망에 참가하거나 은행을 통해 간접 참가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증권사가 직접 은행 전산망에 참여하려면 거액의 전산투자와 함께 은행 전산망 가입비 등을 내야 하기 때문에 몇몇 대형 증권사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우, 우리투자, 굿모닝신한 등 은행계 증권사들은 은행 전산망에 직접 가입할 이유가 없어진다. 간접 참여는 증권사가 특정 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현재 증권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유사한 형태다. 한은 관계자는 "증권사의 은행 전산망 참여가 허용돼도 직접 참여에 나설 증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별로 은행 지급결제망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허용되는 대신 지급결제에 직접 참여하는 증권사에 대해 한국은행은 지급결제 관련 자료 제출 요구권 등 증권사 감시권을 갖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감시권이란 특정 증권사에서 지급결제 안전성에 위험요소가 발견될 때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등에 통고할 수 있는 권한으로 직접 시정을 명령할 수 있는 감독권 보다는 약한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자료 제출 범위를 놓고 재경부의 막판 이견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한국은행은 증권사의 은행전산망 참여 반대라는 원칙을 양보하는 대신, 전산망 참여 증권사에 대한 적절한 감시권한을 갖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법안 통과 시한에 쫓긴 정부가 한은에 대폭 양보했다는 시각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국회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합의안이 전달되는 대로 자통법안을 수정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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