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대장금> (오은희 작, 한진섭 연출)이 26일 예술의전당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2년 여의 제작기간, 국내 뮤지컬 사상 최대 제작비(60억원)와 티켓 최고 가격(VIP석 15만원) 등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대장금> 의 현지 인기에 힘입어 일본, 중국 진출도 확정돼 뮤지컬계에서는 국내 뮤지컬 산업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대주로 꼽혀왔다. 대장금> 대장금>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전문가들은 화려한 의상과 무대 장치 등에도 불구하고 ▦원작과 차별 없는 대본 ▦전통적인 정서를 담지 못한 음악 ▦감정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의 부재 등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보다 맛깔스러운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서는 뜸을 더 들였어야 했다는 것이다.
●2% 새로움의 부족
<대장금> 은 50여 개국에 수출된 원작 드라마의 후광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뮤지컬 역시 ‘원 소스 멀티 유스’ 전략을 따랐지만 원작을 뛰어넘는 ‘2%의 새로움’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장은 “54부에 이른 드라마의 요약 본을 본 듯한 느낌”이라고 짧게 말했다. 대장금>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도 “<대장금> 처럼 익숙한 콘텐츠일수록 재구성의 묘미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평했다. 관객들은 TV 드라마를 다시 보기 위해 극장을 찾지 않는다. 즉, 뮤지컬로 만든 이상 뮤지컬의 특성을 제대로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장금>
이는 우리나라 ‘무비컬’(영화가 원작인 뮤지컬)의 제작 열풍과 연결된다. <빌리 엘리어트> <메리 포핀스> 등 해외 뮤지컬에서 볼 수 있듯, 원작을 뛰어넘는 뮤지컬로 인정 받으려면 발레와 탭 댄스를 사용한 안무, 극장 위를 떠다니는 배우, 실감나게 만든 무대 세트 등 관객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발함을 선보여야 한다. 메리> 빌리>
●전문 인력의 필요성
<대장금> 뿐 아니라 국내 창작 뮤지컬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는 요소가 음악이다. 관객들은 작품을 보고도 뮤지컬 <캣츠> 의 <메모리> 처럼 귀에 남는 멜로디가 없다고 한다. <대장금> 도 마찬가지다. 원작 속의 ‘오나라오나라~’와 같은 우리 가락은 온데 간데 없고, 드럼과 브라스밴드를 사용한 음악은 한국의 전통 소재를 다룬 작품과 엇박을 이룰 뿐이다. 대장금> 메모리> 캣츠> 대장금>
이에 대해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국내에는 <대장금> 과 같은 대작을 이끌만한 뮤지컬 전문 작곡가, 작가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대장금>
이 교수는 “뮤지컬에서는 극의 결말을 향해 이야기와 음악이 고조돼야 한다”면서 “<대장금> 은 이야기와 음악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지 않고 나열되기만 해 극의 긴장을 살리지 못했다”고 평했다. 앞으로 이러한 시행 착오를 거치지 않기 위해선 뮤지컬 창작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과 교육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대장금>
<대장금> 에 아쉬움이 있다 하더라도, 작품의 평가는 한동안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뮤지컬 <명성황후> 를 연출한 윤호진씨는 “트라이아웃(시범공연)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초연으로만 작품을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한다. 명성황후> 대장금>
해외 유명 작품도 오랜 공연기간을 통해 보완된 후에 보다 나은 작품으로 인정 받는다. 이를 위해 <대장금> 제작진에게 뮤지컬 전문가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일반 관객의 평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다고 윤호진씨는 주문했다. 대장금>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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