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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대장금'…아직 설익은 무대차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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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대장금'…아직 설익은 무대차림상

입력
2007.05.29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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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대장금> (오은희 작, 한진섭 연출)이 26일 예술의전당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2년 여의 제작기간, 국내 뮤지컬 사상 최대 제작비(60억원)와 티켓 최고 가격(VIP석 15만원) 등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대장금> 의 현지 인기에 힘입어 일본, 중국 진출도 확정돼 뮤지컬계에서는 국내 뮤지컬 산업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대주로 꼽혀왔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전문가들은 화려한 의상과 무대 장치 등에도 불구하고 ▦원작과 차별 없는 대본 ▦전통적인 정서를 담지 못한 음악 ▦감정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의 부재 등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보다 맛깔스러운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서는 뜸을 더 들였어야 했다는 것이다.

●2% 새로움의 부족

<대장금> 은 50여 개국에 수출된 원작 드라마의 후광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뮤지컬 역시 ‘원 소스 멀티 유스’ 전략을 따랐지만 원작을 뛰어넘는 ‘2%의 새로움’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장은 “54부에 이른 드라마의 요약 본을 본 듯한 느낌”이라고 짧게 말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도 “<대장금> 처럼 익숙한 콘텐츠일수록 재구성의 묘미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평했다. 관객들은 TV 드라마를 다시 보기 위해 극장을 찾지 않는다. 즉, 뮤지컬로 만든 이상 뮤지컬의 특성을 제대로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무비컬’(영화가 원작인 뮤지컬)의 제작 열풍과 연결된다. <빌리 엘리어트> <메리 포핀스> 등 해외 뮤지컬에서 볼 수 있듯, 원작을 뛰어넘는 뮤지컬로 인정 받으려면 발레와 탭 댄스를 사용한 안무, 극장 위를 떠다니는 배우, 실감나게 만든 무대 세트 등 관객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발함을 선보여야 한다.

●전문 인력의 필요성

<대장금> 뿐 아니라 국내 창작 뮤지컬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는 요소가 음악이다. 관객들은 작품을 보고도 뮤지컬 <캣츠> 의 <메모리> 처럼 귀에 남는 멜로디가 없다고 한다. <대장금> 도 마찬가지다. 원작 속의 ‘오나라오나라~’와 같은 우리 가락은 온데 간데 없고, 드럼과 브라스밴드를 사용한 음악은 한국의 전통 소재를 다룬 작품과 엇박을 이룰 뿐이다.

이에 대해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국내에는 <대장금> 과 같은 대작을 이끌만한 뮤지컬 전문 작곡가, 작가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뮤지컬에서는 극의 결말을 향해 이야기와 음악이 고조돼야 한다”면서 “<대장금> 은 이야기와 음악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지 않고 나열되기만 해 극의 긴장을 살리지 못했다”고 평했다. 앞으로 이러한 시행 착오를 거치지 않기 위해선 뮤지컬 창작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과 교육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대장금> 에 아쉬움이 있다 하더라도, 작품의 평가는 한동안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뮤지컬 <명성황후> 를 연출한 윤호진씨는 “트라이아웃(시범공연)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초연으로만 작품을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한다.

해외 유명 작품도 오랜 공연기간을 통해 보완된 후에 보다 나은 작품으로 인정 받는다. 이를 위해 <대장금> 제작진에게 뮤지컬 전문가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일반 관객의 평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다고 윤호진씨는 주문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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