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리가요. 본부의 핵심 보직 교수가 특정 후보를 대놓고 지지할 수는 없겠죠."
한나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이명박 캠프가 28일 발표한 정책자문단에 서울대 이정재 학생처장 이름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동료 교수들은 하나같이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답답하다"며 한 숨을 쉬거나 "어이 없다"고도 했다.
정책자문단이 정책 자문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교수 입장에선 지지 후보가 당선이라도 되면 다음 정부의 주요 자리를 꿰찰 수 있으니 사실상 '예비 내각'에 이름을 올리는 셈이다. 그러니 교수들이 잘 나가는 후보의 자문단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후보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과거 대선에서 12월 본선(대통령 선거)이 임박한 가을에 발표하던 관례를 깨고 예선(당내 경선)을 치르기도 전에 자문단 이름을 발표한 것도 자문단 교수들을 이용해 세를 과시하려는 속셈일 게다.
교수들이 어쭙잖은 '전문성'을 내세워 정치권 주변을 배회하는 것도 꼴사납지만, 학교 행정을 책임진 보직교수가 자문을 하겠다며 줄서는 행태는 더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학측이 보직 교수에게 강의를 맡기지 않은 것은 학교 행정에 온 힘을 쏟으라는 뜻이다. 그런 보직 교수가 대선 후보 일을 도우며 시간을 쓴다면 과연 학교 일에 지장이 없을까.
더욱이 보직 교수는 입시와 같은 주요 정책 방향을 정하고 실행하는 사람이다. 이런 인사가 특정 후보의 교육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개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득하기만 하다. 심지어 이 캠프 자문단에는 입학정책을 책임지는 사립대 입학처장의 이름도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유력 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싶어서 안달이던 일반 교수들이 "보직 교수도 하는데 어때"라며 부담 없이 움직이지 않을까 걱정된다.
박상준 사회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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