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잘못일 뿐입니다.”
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의 무대였던 미국 버지니아공대 학생들은 29일 “참사는 개인의 문제이며 한국인과는 무관하다”고 입을 모았다.
18명의 학생과 교수 2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 버지니아공대 방한단은 자매 학교인 건국대의 국제하계프로그램(ISP)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입국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기난사 사건과 한국 방문은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벤자민 샤핀(22)씨는 “그 사건이 많은 이들에게 슬픔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우리의 도전과 선택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참가학생 중 유일한 한국계인 엘리자베스 진(20ㆍ여)씨도 “한국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단지 한국계라는 이유로 한국 학생들이 학교에서 차별을 받거나 어려움을 겪는 일은 전혀 없다”며 이번 사건을 한국과 연계시켜 확대 해석하는 시각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 때문인지 언론의 지나친 관심을 피해 인터뷰에 불참한 학생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이들은 총기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붉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회견에 임했다. 그러나 입국장에서의 밝은 표정과 달리 일부 학생은 참사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 나는 듯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방한단을 이끈 데비 개왈리(47) 교수는 “프로그램 지원자 가운데 총기 사건 이후 참가를 포기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며 “우리는 과거에 얽매이는 것을 원치 않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로 한국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건대는 2005년 국제협력센터 주관으로 버지니아공대와 교류협정을 체결한 이후 학생교류 프로그램과 공동 학술사업을 추진하는 등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교류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들은 앞으로 한 달간 한국 관련 강좌와 국제경영 과목 등을 수강한 뒤 다음달 27일 출국한다. 방한 기간 동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국내 기업과 경제단체도 방문할 예정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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