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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영화, 영화인] '황진이' 장윤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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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영화, 영화인] '황진이' 장윤현 감독

입력
2007.05.29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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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작가 홍석중(벽초 홍명희의 손자)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총 제작비 100억원을 들인 <황진이> 에 대한 반응은 온도차가 심하다. 평단과 일반 관객의 모니터 결과는 원거리로 떨어져 있다. 둘은 종종 이렇게 갈리는 법이다. 어느 쪽이 더 옳고 그른가의 문제는 아니다. 그만큼 이 영화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관심의 폭, 스펙트럼이 넓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조선의 여인 ‘황진이’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또 장윤현 감독(40)은 그녀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영화보다 먼저 나왔던 TV드라마 <황진이> 가 부담스러웠겠다.

“처음부터 완전히 다른 얘기여서 난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더 걱정해 주시는 것 같다. TV드라마가 치열한 ‘여성예술가로서의 황진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영화의 원작에서 내가 읽어 낸 부분은 황진이의 일생을 관통했던 ‘노비 놈이(유지태)와의 로망’이었다. 난 러브스토리로 찍고 싶었다.”

- ‘놈이’는 일종의 혁명가, 민중운동가다.

“그래서 캐릭터를 구현하기 제일 힘들었다. 놈이의 그런 모습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면 영화 얘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또 반대로 너무 누르면 영화의 기본축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는다. 황진이까지 죽는다. 황진이는 자신이 몸종의 딸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알고 나서도 노비인 놈이와의 사랑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고민한다. 그건 기생이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인데 영화는 뿌리깊은 신분의식, 숨막히는 시대의 분위기에서 어렵게 어렵게 두 남녀의 러브스토리가 이어지도록 해야 했다. 때문에 놈이의 비중이 황진이를 넘어서거나 혹은 지나치게 모자라서는 안됐다. 절묘한 균형이 필요했는데 그 점에서 유지태가 잘해냈다고 본다.”

-송혜교는?

“이번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합해진 결과지만 무엇보다 기대이상을 해낸 송혜교의 덕이 컸다. 황진이가 그동안 어머니라고 생각했던 주인 마님에게서 ‘더 이상 자기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말라’는 충격적인 얘기를 듣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분노반 슬픔반의 표정으로 벽에 걸린 서체를 확 잡아뜯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사실은 ‘원신 원컷’이었다. 비교적 초반에 그 장면을 찍었는데 이후부터는 송혜교에게 거의 연기지시를 하지 않았다. 본인에게 맡기는 쪽을 택했다. 그만큼 연기가 뛰어났다는 얘기다.”

-<황진이> 는 일종의 코스튬 드라마다. 의상 자체가 의미를 담는다. 예를 들어 밀로스 포먼의 <위험한 관계> 에서 꽉 죄는 코르셋은 그런 꽉 조이는 시대상을 의미했다.

“무슨 말인지 안다. 글쎄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까. <황진이> 는 의상 하나만으로는 의미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다. 전체적인 조형에 비중을 뒀으니까. 공간과 세트, 의상, 소도구들 하나하나를 잘 봐달라.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미술감독을 맡은 정구호씨의 정점의 미학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왜 황진이인가. 당신은 왜 <황진이> 를 만들었는가? 이 시대에 황진이는 어떤 의미인가?

“언제부턴가 우리는 뾰족한 답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다 뒤엉키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어떤 가치로 살아가야 하는지, 다 잃어버렸다. 그런 우리들을 재생시킬 수 있는 것, 다시 한번 시대를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황진이와 놈이가 했던 사랑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야말로 시대의 금기를 뛰어넘는 자유의지다. 그것이 없으면 결국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황진이가 했던 것처럼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황진이/ 노비 ‘놈이’와 나눈 애달픈 사랑에 초점

<황진이> 는 ‘의도적인 진부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황진이를 둘러싼 수많은 역사적 에피소드 가운데서 유독 ‘놈이’라는 이름의 노비와 나눈 러브 로망에 초점을 맞췄다. 벽계수와의 에피소드라든가 서화담과 지적으로 나눈 사랑의 이야기 등이 과감히 축소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진이> 는 한마디로 신파 러브스토리에 가깝다. 화적의 두목으로 사람들에겐 의적 소리를 들었던 ‘놈이’가 결국 관아에 투옥된 후 처형 하루 전날 황진이와 옥사의 문을 사이에 두고 마지막 정을 나누는 장면이 이 영화의 압권인 것도 이 때문이다. 황진이의 사랑이 21세기인 현재에까지 그대로 느껴진다.

역사 코스튬 드라마인 만큼 ‘극도로’ 화려한 의상과 헤어스타일, 세트, 조명도 큰 볼거리에 속한다. 그 지점에서 <황진이> 는 한국영화에 있어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마지막 장면을 금강산에서 찍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6월6일 개봉. 15세 관람가.

영화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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