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설명회에 갈 때마다 꼭 청중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있다. “대한항공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무엇이지요”하는 질문이다.
무작위로 찍어서 이 같은 물음을 던지면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비행에 들어가는 기름값(유가)이지요”하는 식이다. 간혹 주식이나 경제에 대해 공부를 조금 더 하신 분들은 유가 외에 환율도 중요한 변수라고 덧붙인다.
이 같은 답은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옳다. 기름값이 매출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주가흐름도 대개 단기적으로는 유가와 반대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 더 넓혀보면 그 반대의 사실을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유가가 20달러 수준일 때 5,000원선이었던 대한항공의 주가는, 유가가 70달러를 넘나드는 지금은 무려 5만원을 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대한항공 주가와 상관관계가 없는 것일까. 정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유가는 대한항공 매출 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유가가 오르면 수익성이 나빠지고 주가도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투자설명회에서 만난 고객들은 신문기사나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에 나온 대로 맞는 답을 한 것이다.
하지만 시점을 바꿔 펀더멘털을 들여다본다면 유가가 오른다고 해서 주식을 팔아버리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을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대한항공은 항공요금을 인상함으로써 그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한항공의 펀더멘털은 유가가 아니라, 여행자와 화물 운송량의 증가를 보아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외출국자 수는 1998년 300만 명에서 2005년에는 1,037만 명으로 급증했다. 7년 사이에 3배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들 출국자 중 절반 이상은 관광객이었다.
주 5일 근무제 시행과 원화강세, 유학수요 급증의 영향이 컸고 1만 달러를 넘어서 2만 달러에 바짝 다가서고 있는 국민소득 증가도 이 같은 여행자 증가에 일조했다. 게다가 정보기술(IT) 부문이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항공화물 운송량 또한 같은 기간 동안 147만 톤에서 260만 톤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내용은 복잡한 재무제표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자산비율(PBR) 같은 지표를 몰라도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항공운송 수요 증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있지만, 추세를 믿고 주식투자를 했다면 주가 차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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