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한다'는 약속을 하고 투기지역 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이들 10명 중 3명은 최근 집값 하락으로 기존 주택을 팔지 않고 대출만 상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다른 금융회사에서 다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갚는 편법 상환을 한 것으로 알려져 금융감독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상환이 이뤄진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은 총 7,000건 가량으로 이중 5,000건은 기존 주택 처분을 통해 정상적으로 대출이 상환됐지만, 나머지 30% 가량인 2,000건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은 채 대출만 상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은 금융감독원이 2006년 6월말 1단계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기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람이 투기지역 내에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할 경우 반드시 1년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것을 전제로 취급하도록 한 대출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첫 만기가 도래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만기 도래하는 대출은 4만여건, 약 5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돈을 빌릴 당시에는 "1년 내 기존 주택을 팔아 대출을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처분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주택 처분을 미루는 대출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기존 주택을 처분해 대출금을 갚는 대신 2금융권 등 다른 금융회사에 다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자기자금이나 신용대출을 통해 대출을 상환하는 경우도 있지만,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이용액이 1억2,000만원으로 상당히 큰 금액이어서 쉽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따라 은행에서 올 1ㆍ4분기에 상환된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 세부 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구체적인 상환 내용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주택을 팔지 않더라도 자기자금이나 신용대출을 통해 대출을 상환했다면 문제를 삼을 수는 없다"며 "하지만 타 은행이나 2금융권에서 다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상환을 했다면 명백히 규정에 위배되는 만큼 해당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고 기존 주택을 강제로 처분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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