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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 독자들과 소설 배경 답사/ "여기가 바로 남한산성 비극의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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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 독자들과 소설 배경 답사/ "여기가 바로 남한산성 비극의 절정"

입력
2007.05.2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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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수 없는 인왕산을 보며 고립무원의 처지를 한탄했던 임금의 한이 서린 이 곳은 <남한산성> 비극의 절정입니다.”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정상에 자리한 지휘소 수어장대(守禦將臺) 앞 뜰에서 소설가 김훈(59)씨의 목소리가 휴대 확성기를 통해 낮게 깔려 나왔다. 정오였다.

구름마저 낮게 깔린 29일 오전 9시께 작가와 70여명의 독자들은 취재진과 함께 세 대의 차에 나눠 타고 처절한 항쟁과 굴욕의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

오후 4시까지 지화문_남문_숭령전_수어장대_서문_행궁으로 이어진 산속 행군 길을 독자들은 카메라를 놓지 않은 채 따랐다. 이날 답사는 한국관광공사와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주관했으며 작가는 작품의 배경인 남한산성에서 일일 해설자를 맡았다.

서문에 이르러 작가는 “인조가 청의 진지까지 걸어가 치욕을 견디고 항복하러 말에서 내려 걸어가기 시작한 곳”이라며 “힘들 때마다 와서 찾고, 삶에 대한 경건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작가는 “관광안내도에는 남문을 영어로 ‘south gate’라 해 놓고 이 곳 서문은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west door’라고 격하했는데 역사적 의미로 볼 때 door로 써서는 안된다”며 개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답사객들은 남한산성에 앞서 서울 송파구 송파동 주택가에 있는 삼전도비를 방문, 굴욕의 현장을 가슴에 새겼다. 작가는 “인조의 항복 이후 조선 역사 370년 동안 이 곳은 치욕의 상징이었다”고 의미를 밝혔다.

이 날 답사는 임금이 국정을 꾸리던 행궁에서 공연된 연극 <남한산성> 으로 막을 내렸다. 청에 항복하기까지, 소설의 내용을 20여분 짜리로 축약한 연극이다. 드라마 작가 정영선씨가 항복 전후의 상황에 집중해 만든 상황극은 다섯 명의 기성 배우들이 공연했다.

이 날 부인과 함께 산길을 자청한 최고령 참가자 이영구(75)씨는 “김상헌의 사연이 가슴에 박힌 터에 서문에 와 보니 더욱 비감하다”며 “또 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는 “내 독자들을 고통의 끝까지 밀어붙여 삶의 의미를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며 “그 작전이 조금은 성공한 듯 하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 계획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승만에서 전두환에 이르는, 당대의 이야기 특히 사교육 등 교육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에 따르면 5월 셋째주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종합 2위를 차지한 <남한산성> 은 판매 부수 10만부를 돌파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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