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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통일의 날이 가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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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통일의 날이 가까이 왔다'

입력
2007.05.2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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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종로 보신각 앞을 지나다가, 그 대각선 방향에서 '통일의 날이 가까이 왔다'는 현수막을 보았다. 자그마한 천막의 4개 면에 둘러 있는 현수막이었다. 처음엔 '종교단체 행사인가?' 했다. 아니었다. 다른 쪽에는 '통일해야 선진국 된다'고 씌어 있었다. 백주의 종로 네거리에서 저런 것을 다 볼 수 있다니…. 반갑고 궁금해서 얼마 뒤 시간을 내서 찾아 보았다.

머리가 허연 너댓 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서명을 받으며 통일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었다. '조상대대 물려 받은 삼천리 금수강산…'으로 시작되는 <통일의 노래> 악보와 유인물도 주었다.

이 '한국문제 6자회담 상정 국민서명운동본부'의 유인물은 '정부는 한국통일문제를 6자회담에 정식 의제로 지체 없이 이관, 상정하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 할아버지ㆍ할머니 통일운동

유인물은 6자회담이 북핵문제만을 위한 임시기구가 아니고 일본인 납치문제 등도 논의하는 반영구적 국제회의라는 것, 따라서 정부가 한국통일문제를 정식 의제로 상정하면 북ㆍ미ㆍ중ㆍ일ㆍ러가 흔쾌히 논의에 응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또 북핵문제는 통일문제가 해결되면 자연히 풀릴 것이며, 한반도의 분단상황 극복은 민족의 간절하고 해묵은 염원이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6개국 간의 이해와 역학을 너무 간단하게 보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논리는 명쾌하고 이해하기 쉬워 공감이 갔다. 분단의 당사국으로서 우리가 한국통일문제를 6자회담의 정식 의제로 상정하자는 주장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1년 반 전부터 이 자리에서 운동을 해왔는데, 처음 봤다고?"하는 할머니도 씩씩했다. 서명을 하고 나올 때, 이 분들의 열정으로 미루어 북한 출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럴수록 망향의 정서와 통일에의 의지는 얼마나 절실하고 강력할 것인가.

지난 17일 분단 56년 만에 처음으로 기적(汽笛)이 남북의 공기를 뒤흔들었다. 감격적인 날이었다. 신문 제목에도 흥분이 흘러 넘쳤다. '우레와 번개처럼 달려라' '남북열차 반세기 만에 혈맥 잇는다' '남북 철마 분단 벽 넘었다'….

일본 NHK TV도 특집프로를 내보내고 있었다. 경의선ㆍ동해선 개통은 일회성 행사였지만, 한반도가 철도로 이어졌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분명히 목도한 것이다.

아직 정기운행의 기약도 없고, 한반도종단철도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등과 잇는 대역사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과 다른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엄연한 현실과 가능성을 근시안적인 안목과 정치적 이해로 재단하는 것은 용렬하고 진부하다. 현 정부가 다 못하면 차기 정부가 이어받아 성사시킬 것으로 믿는다.

우선 개성공단에서 필요한 자재와 생산물, 금강산의 관광객을 수송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이 호응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인내심을 갖고 설득해서 상호이익이라는 점을 이해 시켜야 한다.

종로에서 통일서명 운동을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처럼 하나하나 벽돌을 쌓듯이 가능한 영역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그 분들의 당당함이 훌륭해 보이는 한편으로, 젊은 세대가 할 일을 미룬 듯해 송구스럽기도 했다. 그 곳에 쓰인 '통일해야 선진국 된다'는 구호는 지극히 옳다. 그 말은 통일해야 정상적인 국가가 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 남북 임시 철도개통의 감격

통일부 홍보대사로 임시열차에 탔던 젊은 탤런트 고은아의 탑승소감은 바로 그 분들의 주장에 가 닿는다. 그는 "북한에서 태어나신 외할아버지는 끝내 북녘 땅을 못 밟고 돌아가셨는데, 그 한을 풀어 드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젊은 사람들이 통일에 무관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관심할 문제가 아니다. 나를 통해 통일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소박한 어투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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