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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 불만족 美 女의대생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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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 불만족 美 女의대생의 기적

입력
2007.05.2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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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어린이들의 고통을 저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얀 가운을 입고 활기차게 병원 복도를 걷는 그의 모습에서 의족을 상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운 밖으로 드러난 절단된 한쪽 팔을 보고서야 환자들은 그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8세 때 박테리아성 뇌막염으로 사지 절단수술을 받은 이 예비 여의사는 양쪽 다리와 오른쪽 팔이 없는 장애인이다.

극심한 신체 장애를 딛고 UCLA 의대를 졸업하는 켈리 림(26)의 사연이 미국을 감동시키고 있다. 28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미시건주에서 태어난 중국계 이민 2세인 림은 교수진 및 동료학생들의 갈채를 받으며 6월1일 열리는 졸업식에서 우수상과 함께 의학사 학위를 받는다.

소아과를 전공으로 택한 그는 졸업 후 UCLA 병원에서 레지던트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기로 ‘악명’ 높은 림은 의수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쪽 팔로 피를 뽑고 주사를 놓는 등 대부분의 의술을 수행할 수 있는데 굳이 의수로 절단된 팔을 감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평소엔 누구에게나 상냥하지만 장애인 의사들은 요양소 근무만 해야 한다는 식의 편견과 맞설 때는 무섭게 돌변하기도 한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남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아무런 특수 보조기구도 사용하지 않은 채 운전도 하고, 승마도 하고, 심지어 스카이 다이빙까지 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최근엔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수영도 배우고 있다. 림은 “나는 실패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며 “그게 내 안에 깊이 뿌리내린 것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림의 강한 투지는 그의 어머니에게서 비롯됐다. 20대에 시력을 잃기 시작해 시각장애인이 된 그의 어머니는 세 아이를 키우며 요리, 청소, 아이들 학교 데려가기 등 정상적인 삶을 계속해가기 위해 분투했다.

“말할 것도 없이 어머니는 내 삶의 역할 모델이에요. 내 안에 강인함을 심어주신 분이죠. 3년 전 돌아가시면서 반드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해야 한다는 유언을 남기신 게 저를 지탱해주는 힘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림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술이나 신체 내 튜브 삽입 같은 건 림 혼자서 하기 힘든 일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닐 파커 UCLA 의대 학생과장은 “그녀가 할 수 없는 일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수백만 가지의 일들이 있다”고 말했다.

림이 소아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건 의대의 모든 과정 중 웃으며 하루를 마감할 수 있는 게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림의 ‘남다른’ 모습에 놀라는 꼬마 환자들도 가끔 있지만 보호자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귀감”이라며 오히려 그를 반긴다.

림은 지난해 치료를 받았던 미시건 병원에 가서 자신의 진료파일들을 살펴봤다. 거기엔 사망 가능성이 85%라고 기술돼 있었다. 명백한 오진이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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