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 에서 열연한 전도연이 제60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1987년 베를린영화제에서 강수연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 로 수상한 이래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한국 여배우가 두 번째로 따낸 여우주연상이다. 씨받이> 밀양>
배우 자신과 영화제작 관계자들에게 큰 기쁨과 보람이고, 그늘이 드리운 한국 영화에도 햇살이 비치었다. 그의 수상을 축하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우리는 그의 수상에서 영화뿐만 아니라 세상에 두루 통하는 보편적 상식을 확인한다. 우선은 스스로를 갈고 닦는 노력은 반드시 빛을 발하게 된다는 점이다. 전도연은 여배우라고 하면 흔히 연상하기 쉬운 눈부신 미모나 관능미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 속에서 그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어떤 영화든 물에 색소가 번지듯 자연스럽게 녹아 드는 연기력 덕분이다. 타고난 재능도 있었겠지만 많은 부분은 끊임없이 연기 변신을 시도한 노력의 결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노력이 어떤 배역도 무리 없이 소화해낼 수 있는 낭창낭창한 전도연을 만들었다.
둘째는 영화든, 다른 분야든 기본기와 조화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점이다. 영화 <밀양> 에서 한껏 물이 오른 송광호의 연기력이 은근한 배경처럼 깔려 전도연의 연기에 한결 짙은 색채를 주었다. 밀양>
영화 특유의 생명력을 살린 이창동 감독의 연출의 힘이야 말할 것도 없다. 각본과 연출, 연기의 힘 등 충실한 기본기가 절묘하게 버무려진 영화라면 언제든 세계와 소통할 수 있음이 이번 수상으로 더욱 분명해졌다. 감독 복귀 후 첫 작품으로 진정한 자신의 자리를 보여준 이 감독의 모습에서 최고보다 최적을 지향해야 한다는 사회적 교훈이 엿보인다.
우리는 한국 영화의 위기가 눈 앞의 이해에 급급해 보편적 영화문법을 떠난 것이 핵심 요인의 하나였다고 본다. <밀양> 과 전도연이 구름 낀 한국영화에 비춘 한줄기 빛살이 막연한 희망의 빛으로 끝날 게 아니라 각성의 빛이 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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