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과 6월 항쟁에 대해 잘 모른다. 취업 준비와 경력 쌓기, 학점 관리 등 할 일이 많아 신경 쓸 여력이 없다."(2007년 총학생회장)
"시대를 고민하고 선봉대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바로 대학생이라는 점은 잊지 않아야 하는데 씁쓸하다."(1987년 총학생회장)
'6월 항쟁 20주년' 기획을 준비하며 20년 전 대학생과 지금 대학생을 만났다. 20년이 만들어 낸 마음의 거리가 꽤 멀다는 느낌을 받았다.
20년 전 최루탄과 진압봉에 맞서 싸우며 민주화를 이끌어낸 선배들은 사회 문제에 무감각한 요즘 후배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후배들의 입에서는 시대가 바뀌었고, 통일 등의 거대 담론을 '발등의 불'로 여길 여유도 없다는 항변이 터져 나왔다. 그러면서 갈수록 심해지는 입시 지옥과 취업난을 그 이유로 들었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요즘 대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직ㆍ진로(30.9%)였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통일,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은 고작 2%였다. 하지만 20년 선후배의 대화를 들으며 둘 사이의 간극을 벌린 더 주된 이유는 소통 부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들은 후배들을 이해하고 먼저 다가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 학생은 "6월 항쟁이 무슨 사건인지 왜 중요한지 말해 주는 선배가 없었다"고 했다. 설사 사회 문제에 참여하려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는 학생도 많았다.
후배들도 다가서야 한다. 선배들은 후배들의 고민과 걱정을 듣고 싶어한다. 선배들이 걱정하는 것은 사회에 무관심한 후배들이 아니라, 머지 않아 그들의 손에 좌지우지될 나라의 미래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6월 항쟁은 올해 처음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선배들이 20년 전 한 일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비판과 저항'이라는 그 시대정신을 후배들이 이어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소통하고 대화해야 한다.
박상준 사회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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