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충돌
소행성이나 혜성과의 충돌이 전 지구적 재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아마 영화 <딥 임팩트> , <아마게돈> 을 통해 가장 널리 알려졌을 것이다. 아마게돈> 딥>
이제는 더 이상 공룡의 멸종이 6,500만년 전 거대한 소행성과 충돌의 결과라는 사실이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 다만 막연히 아득한 과거, 또는 나와 상관없는 먼 미래의 일로 여기고 안도할 뿐이다.
그러나 수백만년, 수천만년 전의 과거가 아니라 1만년이나 5,000년 전 충돌로 홍수가 일고 문명이 사라지고 새로운 문명이 건설된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전설과 신화를 통해 구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면 어떨까? 천문학자 게릿 L 버슈가 지은 <대충돌(impact)> (영림카디널 발행)은 우주로부터 오는 위협이 단지 세기말 영화의 소재가 아니라 늘 우리 곁에 가까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충돌(impact)>
1908년 러시아 시베리아 퉁구스카의 충돌을 저자인 버슈는 ‘최악의 행운’이라고 말한다. 퉁구스카로 날아오던 천체는 지표 위 대기에서 폭발해 구덩이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사방 60㎞ 지역의 나무가 쓰러지고 온통 검게 그을렸으며 1,000마리가 넘는 순록이 죽었다.
천체가 폭발하면서 불 타오르는 화구가 생겼지만 불이 나지는 않았다. 엄청난 폭발의 여파로 발생한 시속 320㎞의 바람이 불을 꺼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이 일이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서 발생했다면 나무가 아닌 고층빌딩이 무너지고 사망자는 500만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허허벌판에서, 러시아의 정치적 격변기에 일어난 이 사건은 뒤늦게야 진상이 밝혀졌고 1994년 천문학 잡지인 <스카이 & 텔레스코프> 에 보고서가 발표됐다. 저자가 이를 ‘최악의 행운’이라는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스카이>
미미한 피해에 그친 건 다행이지만, 그 결과 천체 충돌의 위험성이 여전히 인식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500명이 사망한 타이타닉호 침몰 이후 해양 여행의 안전을 위해 그토록 막대한 자금과 노력이 투입된 것이 비해, 타이타닉호가 3,000번 침몰할만한 피해를 일으키는 천체 충돌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구와 태양계는 탄생부터 충돌의 운명을 안고 있다.
지구가 약간 기울어진 채 자전하는 것도, 금성이 다른 행성들과 반대방향으로 태양을 공전하는 것도 탄생 초기 엄청난 규모의 충돌로 인한 것이다.
혜성은 외계로부터 유기분자를 실어와 지구에 생명체의 씨앗을 뿌린 원천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지금은 행성들의 궤도는 많이 정리됐지만 여전히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는 수백만개, 명왕성 밖 카이퍼 벨트에는 수십억개, 그 밖의 오르트구름에는 1조개의 혜성들이 자리잡고 있다.
다소 산만하지만 소행성과 혜성의 충돌을 둘러싸고 천문학자와 지구과학자들이 어떤 과학적 사실을 밝혀왔는지, 역사와 문학에는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백상현 옮김.
김희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