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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현 교수 '세계의 문학' 여름호서 지적/ 환상·오독 그리고 왜곡…한국소설의 원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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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현 교수 '세계의 문학' 여름호서 지적/ 환상·오독 그리고 왜곡…한국소설의 원형질

입력
2007.05.2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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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소설에는 기존의 해석ㆍ독해를 벗어난 작품들이 뚜렷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김미현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의 레이더망에 그것들은 소설 속의 이기적 유전자로 분류된다. 그는 세계의문학 여름호에 실은 ‘수상한 소설들’에서 한국 소설에 대해 근본적 형질 변화를 요청했다.

이 글에서 김 교수는 이문열의 <호모 엑세쿠탄스> , 김훈의 <남한산성> , 박민규의 <핑퐁> 등 지난 1, 2년 사이 세간의 화제가 된 소설을 분석, 변화의 양상에 주목한다. 각 작품은 자체의 환상은 물론 오독과 비판에 따른 환상까지 가중돼 우리의 무의식이나 시대 의식을 대변하고 있다고 그는 본다. 그에 따른 왜곡 현상은 마치 우성 유전자처럼 한국 소설 특유의 원형질로 이어 오고 있다는 것.

<호모 엑세쿠탄스> (민음사)는 우익 편향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는 정치 소설에 불과한가. 그는 작가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소설 자체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선 유감을 표한다.

그보다는 그리스도 대 적그리스도의 대립이라는, 소설의 기본 갈등 구도만 계속 반복될 뿐이어서 읽을수록 재미가 반감하는 현상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종교적 소재는 물론 이라크전, 대선, 대통령 탄핵, 노무현 정권에 대한 우파적 비난 등 정보량이 과다해, 결국 작가의 목소리를 교조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는 것. 그는 “‘한국 문학의 리트머스 시험지’인 작가는 열려진 문학적 대화의 길로 나설 것”을 요청했다.

전작에서 보여준 따스함과 감사를 ‘언인스톨’(uninstall)해 버린 박민규의 <핑퐁> (창비)은 코믹 SF의 길을 포기하고 블랙 유머가 됐다. 그럼에도 지구를 ‘리셋’하기 위한 언인스톨은 지극히 현실참여적이다. 지구를 떠난다 - 다시 돌아 온다 - 지구를 바꾼다는 3단계 언인스톨이란 지구와 인류에 대한 확신과 희망이 전제돼야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가 지적하는 바, ‘박민규의 계몽성’이 거론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훈에 이르러 독자들은 도저한 허무주의와 맞닥뜨린다. 그의 <남한산성> (학고재)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혐오, 반역사주의적 경향, 염세주의적 냉소 등이 합쳐져 빚어 올리는 독특한 환상의 경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허무의 허무, 능동적 허무의 가능성을 확인케 하는 이 작품은 허무도 향락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독성이 제거된 허무라는 것이다. 삶의 구체성, 건강성, 일상성 등이 긍정된 이 작품에서, 작가는 ‘보수주의자’라 비판 받을 가능성마저 있다는 것.

그는 “김훈 소설을 읽는 이유는 한국 소설도 허황된 엄숙주의로부터 벗어났다는 환상 때문일 것”이라며 “(치욕의 역사가)슬프고도 힘들게 인정됐다고 치욕이 아닌 것은 아니다”며 허무주의적 시각으로만 읽어내는 독법을 경계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한국 소설의 원형질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계몽성ㆍ주체성의 변증법적 통합이라는, 지금까지의 주된 흐름에서 벗어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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