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믿기지 않는다.”
‘히죽이’ 김영(27)이 진정한 웃음보를 터트렸다. 그리고 그 웃음보는 결국 감격의 눈물로 이어졌다.
‘준비된 챔피언’ 김영(27)이 마침내 첫 우승을 경험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한 이후 5년만이다. 평소 우승 후보로 꼽혔던 김영이 지긋지긋한 무승 악연을 떨쳐냈다.
김영은 2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코닝의 코닝골프장(파72ㆍ6,188야드)에서 열린 코닝클래식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로 공동 2위 김미현(30ㆍKTF)과 폴라 크리머(미국)를 3타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크리머 등과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영은 이날 7번홀(파3)에서 10m 거리의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는 등 절정의 퍼트 감각을 자랑하며 4타를 더 줄여 여유있게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 LPGA투어에 데뷔한 김영이 5년만에 거둔 첫 승이자 올 시즌 김미현에 이어 한국낭자군의 두번째 우승이다. 특히 김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코닝클래식에서 2005년 강지민(27ㆍCJ), 2006년 한희원(29ㆍ휠라코리아)에 이어 3년 연속 우승 인연을 맺었다.
김영은 평소 자신의 단점으로 “웃음이 많아 승부욕이 없어 보인다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웃지 않으려고 하지만 돌아서 보면 또 웃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승부욕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사실이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났던’ 김영이 이번에는 진정한 웃음과 함께 값진 눈물을 동시에 쏟았다.
우승이 확정된 뒤 동료 한국 동료 선수들이 음료수를 쏟아 부으며 축하해 주는 자리에서 김영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음료수 세례 때문이 아닌 감격의 눈물이 앞을 가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하를 해준 동료가 누군지도 알지 못한다. 김영은 다음에 또 우승하면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춘천 봉의초등학교에서 농구를 하다가 5학년이던 1990년 처음 골프채를 잡은 김영은 강원체고 3학년이던 1997년 4월 일본주니어골프대회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문부상배 전국중고학생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듬해 프로로 전향한 김영은 프로 2년차이던 1999년 한국여자오픈에서 박세리, 낸시 로페스를 제치고 정상에 오르는 등 국내 대회에서 통산 5승을 거둔 ‘알찬’ 선수였지만 유독 LPGA투어에서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다 마침내 우승을 맛봤다.
시즌 2승에 도전했던 김미현은 17언더파로 공동 2위를 차지했고, ‘루키’ 김인경(19)은 공동 4위(16언더파)에 올랐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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